[제 21차 창작 콘테스트 시 공모] 너의 우기

by 한유정 posted Feb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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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우기



나는 일찍이 너의 우기를 알아채고
한바탕 쏟아질 것을 대비하여 웅크린 어깨를 펴두었다

이미 푹 젖은 듯한 걸음이 가까워져
무거운 소리를 내고 식어가던 당신은 기대어 흐느낀다

조그마한 머리통
굳어버린 손가락

마음이 가난해 위로를 건넬 수 없고
당신의 가냘픈 떨림을 멈출 수 없다

쪼그라든 엄지손가락과 뻐근한 왼쪽 어깨를 감싸 안는다
그저 간밤에 뜨거운 것이 흐르는 눈가를 닦아내고서

가슴 뛰는 소리 같은 건 모른 척 듣지 못하게 귀를 막는다
잠든 당신을 깨우지 않게 지친 신음마저 재워두고서

너의 우기가 그치지 않기를

다시 나를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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