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깊게 파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데
눈으로 보아 알 길이 없다
겉으로 난 상처가 아니니까
환한 얼굴 밝은 표정, 안아나 보자 번쩍!
때묻은 내 가슴 아이에게 닿을까 봐 이리저리 피해보지만
요리조리 잘 파고든다 요 녀석
이만하면 됐다 싶어 내려놓으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작은 사랑이라도 남겨 주려 다가갔는데
짧은 사랑은 오히려 아이에게 흉터만 남겼나 보다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너무나 원통한 마음.
손톱으로 쥐어짠 손바닥에
온 세상에 퍼지라고 쿵쿵 쳐댄 가슴에
온통 피투성이.
세상 흘러가는 흐름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며
평화라며 손을 놓고 환호하는 그들.
나 하나 노를 젓는다고
어찌 배를 돌릴 수 있겠소.
그저 답답할 따름이요.
여보시오!
이 물길은 절대 바다로 가지 않소!
불길로 가고 있소!
여보시오!
낙원 가는 길은 이리 쉽지 않소!
낙원은 저 반대편이요!
어서 노를 저으시오!
한시 바삐 노를 저으시오!
쉬지 않고 저으시오!
두 손 다해 외쳐대고 싶지만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숨을 심는 늑대
풀을 뜯던 늑대가
땅에 머리를 처박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털을 타고 흘러 송곳니에 맺혔다
침 대신 눈물이 떨어지는 입에서는
고독하지만 소란스러운 울음밖에 나오는 것이 없었고
발톱에는 피 대신 흙이 묻어
위엄은 사라지고 초라함만 남았다
무리는 늑대를 떠나 저 멀리 간지 오래고
늑대는 무리를 떠나 남겨진 지 오래다
땅을 파던 발톱은 닳아 잡을 수 있는 것이 없고
입술은 말라비틀어져 입을 벌리면 피를 흘리기 일쑤다
오늘 흙을 파 무엇을 먹을고
지렁이 한 마리 나오지 않는 땅에
숨을 심어 무엇을 할고
물 대신 피를 뿌린 이 땅에
무엇이 자라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