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흉터 외 2편

by 기분전환용 posted Feb 09,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흉터
깊게 파인 마음을 알 길이 없다 
저렇게 해맑게 웃는데

눈으로 보아 알 길이 없다
겉으로 난 상처가 아니니까

환한 얼굴 밝은 표정, 안아나 보자 번쩍!
때묻은 내 가슴 아이에게 닿을까 봐 이리저리 피해보지만
요리조리 잘 파고든다 요 녀석

이만하면 됐다 싶어 내려놓으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작은 사랑이라도 남겨 주려 다가갔는데
짧은 사랑은 오히려 아이에게 흉터만 남겼나 보다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너무나 원통한 마음.
손톱으로 쥐어짠 손바닥에
온 세상에 퍼지라고 쿵쿵 쳐댄 가슴에 
온통 피투성이.

세상 흘러가는 흐름이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며
평화라며 손을 놓고 환호하는 그들.

나 하나 노를 젓는다고 
어찌 배를 돌릴 수 있겠소.
그저 답답할 따름이요.

여보시오!
이 물길은 절대 바다로 가지 않소!
불길로 가고 있소!

여보시오!
낙원 가는 길은 이리 쉽지 않소!
낙원은 저 반대편이요!

어서 노를 저으시오!
한시 바삐 노를 저으시오!
쉬지 않고 저으시오!

두 손 다해 외쳐대고 싶지만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절대 이 손을 놓을 순 없소.  



숨을 심는 늑대

풀을 뜯던 늑대가  
땅에 머리를 처박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털을 타고 흘러 송곳니에 맺혔다 
침 대신 눈물이 떨어지는 입에서는  
고독하지만 소란스러운 울음밖에 나오는 것이 없었고  
발톱에는 피 대신 흙이 묻어  
위엄은 사라지고 초라함만 남았다

무리는 늑대를 떠나 저 멀리 간지 오래고 
늑대는 무리를 떠나 남겨진 지 오래다

땅을 파던 발톱은 닳아 잡을 수 있는 것이 없고 
입술은 말라비틀어져 입을 벌리면 피를 흘리기 일쑤다 

오늘 흙을 파 무엇을 먹을고 
지렁이 한 마리 나오지 않는 땅에 
숨을 심어 무엇을 할고 
물 대신 피를 뿌린 이 땅에 
무엇이 자라날고

Articles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