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인거리>
외로움 하나로 서있다. 이고있는 물을 길러 삶을 엮고
바닥에 대어도 지워지지 않은 낙인 같은 것이었다
고요한 꽃잎도 소리내어 짖지 않는다고
지나가던 행인은 길 모퉁이에게 말했다
병상에 누워 떨어지는 강물이 소리내어 울어도
떫은 그리움에 물들어 사라지는 깊이는 무거워 들수조차 없었다.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오는 시간은 짧아지고 거리는 좁아졌다
남지 않는 길로 걸어도
슬픔하나 남아있지 않는 거리였다.
<자아>
스치는 모든 바람이 슬픈 밤
남지않은 시계청각만이 타버린 자릿잎에
삶의 조각은 구슬같은 입김만을 내뿜는다
거대한 입술, 협곡의 구비 구비 내려앉은 아픔
바래진 연기 한소절에도 품어버린 국화꽃의 연민은
얼룩진 태아에도 생을 알린다
일렁이는 파고속에도 굳게 메어진 눈꺼풀
고독과 고독이 만난 경계선상의 구름
늘어진 날개짓은 오늘도 늙은광대를 타고 어둠을 불 붙인다
모든 잠을 베고 텅빈 구석에 앉아 조약돌을 새어
바래버린 한토막 상처 옷장에 털어버리고
나는 또다시 나 아닌 경계속에 숨어버린다
<죽음의 잔상>
영생하는 예수는 부럽지않다
삶의 암흑을 죽음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면
밀려오는 파도를 무슨 수로 막을쏘냐
제 몸 살라먹는 육체적 고통이
나를 넘어 당신마저 애처로이한다면
그 고통은 이미 죽음마저 넘어선것이 아닐쏘냐
고독가 마주앉아 기꺼이 한몸되어
고독이 나인지 내가 고독인지 모를 날의 연속이라면
죽음으로 가는 길이 무에 까마득할 쏘냐
영원히 살아 무엇할랑가
육체적 고통도 마음의 고독도
차고 넘친 그날 이미 나는 온전한 나일수 없을진데
두런두런 향기뿜는 안개꽃도
오색빛깔 먹음직한 고깃잎도
두지마라
이미 멈춰버린 나를 위해
흩날리는 안개꽃을 꺾고 헐떡이는 고기숨통 조일것이 무어냐
빛 바랜 나를 위해 흘러가는 빛을 잡을수 없다면
나는 바래가는대로 빛은 흘러가는대로
제 갈길 갈지온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