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낡은 파도 외 4편

by 수달 posted Feb 09,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낡은 파도


그저 휩쓸려가며 어슬렁 어슬렁

다른 물결들처럼 지내도 됐지만

구태여 남을 밀어주며 밀려났네

항시 다른 풍경과 같은 위치에서

지평선을 바라보며 사라질곳을 찾고있네


낡디 낡은 파도는 점차 형상을 잃었으며

드센 상어를 품지도 못하게 됐지만

어느 섬인가 모래섬 한줌을 찾아서

일렁 일렁 신기루 담아 바다를 휩쓰네



청화



어떠한 꽃이 다가와 물었다

너는 왜 혼자만 파란색이니

청화는 대답했다

내 잎이 파란 이유는

너가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야

어떠한 꽃이 떠나갔다


다른 꽃이 다가와 물었다

너는 왜 혼자 파란색이니

청화는 큰 소리로 외쳤다

내 꽃봉우리가 파란 이유는

햇님이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야

다른 꽃도 떠나갔다


틀린 꽃이 다가와 속삭였다

너는 왜 혼자서 파란색이니

청화는 틀린 꽃을 감싸며 답했다

내 줄기가 파란 이유는

너와 내가 닮아가기 위해서야

틀린 꽃은 이윽고 물들어갔다


몽룡


잠이 들고 깨기를 반복하는 밤

잠에서 일어나자 꼬리가 보여서

무턱대고 큰 꼬리를 만지자

밤하늘이 나를 덮쳤네


세상이 급변한걸까 자문하니

은하수에 휩쓸려가네

별도 없는 하늘에 손을 뻗어서

사랑하는 사람에 이름을 끄적 적네


순간 세상이 한번 출렁였고

멀뚱 별과 마주하고 있었네


집인가


매번 집으로 가는길 본 나무

매일 집으로 가는길 본 밤하늘

매주 집으로 가는길 본 어머니

매달 집으로 가는길 본 나


이 길로 가면 집인가

이 길의 끝은 집일까

하염 없이 걷다가 깨달았네

한참 전에 밟고 지나왔구나


추기


가을을 담은 포도주의 향에서

지천에 널린 모자들의 땀으로

라벨을 붙여 병을 짜네


볏집 빛 나는 흰 쌀들이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며


즈려밟지 않음에 오랫만에

과거를 딛고 감사에 기도하네


하늘에 낀 먹칠을 걷어내며

밥 한 수저를 올려드리네



성명: 전수빈

H.P: X (미 소유)

E-Mail: fight66080@naver.com



Articles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