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내게 말했다
아무 일 없는 것이 불안하다
그녀가 내게 말했다
쉬는 것이 두렵다
내가 너에게 말했다
휴식이 영원할 것만 같다
휴식이 없는 시간이 오래 되서인가
가려진 앞만 보고 달려와서인가
그렇다면 그 앞이 무엇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어쩌면 앞이란 없지 않은가
사방이 어둡다면 모든 것이
앞이 되지 않는가
그렇기에 멈췄을 때 우리는
인식하지 못했던 그 어둠이
두려운 것이 아닌가
***
실체를 찾으러 떠도는 자
이곳저곳 기웃기웃 샅샅이 살피는 자
그림자를 달고 다니는 실체 없는 자
언제나 어디로 움직여도 실체를 찾을 수 없는 자
그러다 문득 실체가 있었는지 잊어버린 자
실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만 찾은 자
이제는 답까지 찾아야 하는 짐을 떠안은 자
- 마약쟁이들 -
적당한 알코올과
적당한 취기와
적당한 땀냄새가 섞여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웃음들
주홍빛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즐거움으로 포장된 절규
적당함은 마약이 되어
모두를 중독되게 한다
***
어려웠던 감정이 손끝의 감촉이 되어 툭툭 떨어져 나오네
머리는 멈췄고 마음은 끓어오르는 피의 맛을 느껴본 지 오래되었네
몸의 끝자락은 화면 속에 새겨지는 활자들과 하나 되어
나도 모를 심장을 끊임없이 부르네
- 겨울맞이 -
늘어나는 시간에
시든 꽃향기의 공기
축축한 하늘을 품은 아스팔트 위로
차가워진 마음속 피어나는 얼음꽃
다가오는 길들의 엇갈림 속
다시금 외로이 헤엄치는 겨울
성명 : 홍현민
이메일 : russianblue.kr@gmail.com
휴대폰 : 010-8013-1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