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창작콘테스트 시공모

by 누구세여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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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학교 앞에 바닷바람 가로막는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다

수치스러운 암회색의 몰골이

어디선가 본 듯하여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상반신 부분에 초점이 흔들려서

열두어 번을 더 찍었는데

애매한 흑점이 쇄골 바로 위에

위태롭게 촐싹대었다

저 놈이 가만있질 않아 초점이 흔들렸구나

저 놈이 궁금하여 화면을 확대시켰다

노르스름한 안전모를 쓴 노동자였다

촐싹대기보단 중심을 잡기 위해 뒤뚱거렸던 것인데

멀리서 보면 누가 보아도 건방지기 짝이 없는

춤 선을 그리고 있었다

누군가에겐 심장을 쥐어짜는

칼춤을 추고 있었다


눈이 때리고 때리는 날이었습니다


눈이 때리고 때리는 날이었습니다

보이는 눈이 보이지 않는 허공을 메꾸고도 넘쳐나는 날이었습니다

넘쳐나는 눈이 쌓이고 쌓여 지구를 메꾸고도 태양까지 덮을 날이었습니다

버스도 택시도 사람의 발길도 우주정거장의 전파도 닿지 못 할

눈으로 만들어진 세상의 중심에 혼자 있게 된 날이었습니다

걷고 또 걸어도 기쁜 날이었습니다

걷고 또 걸어도 소름끼치도록 공포가 골수에 사무친 날이었습니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과 바람이 함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길을 터주는 새들에 의존했던 나약한 인간의 가면이 벗겨진 날이었습니다

내 이마 속을 꽉 채운 구름을 찢어 해치고

흘러간 지난날의 뜨거웠던 태양의 멱살을 잡아

그 발치에 대고 엉엉 울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기쁨도 즐거움도 슬픔도 외로움도

감히 네게 입을 맞추고 싶은 날이었습니다


돌탑


쇠 같은 돌탑들이 한가득 있었다


나는 돌탑 무리에서

저만치 떨어져

나름 겸손한 위치에

올망졸망한 돌멩이

두 알을

흙 바로 위에 얹혀놓았다


무슨 집착들이 옹기종기 위태롭냐고

냉소 어린 미소에


너는 또 말하지,

남들의 삶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젊은이의 허영심은 특권이라고

대들었지만

그 말에 도저히 너를 이길 수 없는

몹쓸 마음이 담기어있었다


너의 웃음은 그런 것이었다


야망


우리의 것이 아니니

질겅질겅 씹으시오

하이힐 뒤꿈치로 긁어버리고

왼팔은 구십도로 접은 후

손등으로 인사하시오

잘가게나!

오른손은 안되오

오른손은 핸들을 잡아야하니

우주적 고독 속에 영원히 인사하시오

우리의 것이 아니온게

미련을 남기지 마시오

스펀지처럼 쥐어짜고

온몸으로 내뱉으시오

내뱉을 때에 주변을 경계하고

부끄러운 왼손은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오른손을 열기 없는 산송장으로 사시오

머츰허이 사시오

우리의 것이 아니니!


자연


개미로

휴지를 잡았다


달빛으로

망원경을 모았다


사랑으로

이성을 하였다


어느 것 하나

아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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