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by 수우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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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파도가 나를 덮쳐온대도



웅장하고 거대한

뿌리 깊은 튼튼한 수많은 나무들 사이

말라 비튼 가지와

금방이라도 뽑힐 듯 흙 속에 얇디 얇게 

자리 잡은 앙상한 나무 한 그루


아무런 꽃도 열매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위태롭게 사계절을 버틴다


저번 여름에는

수 백년에 한 번 온다는

온 마을을 휩쓸어간 태풍과 쓰나미,

가벼운 몸으로 

온 힘 다해 막아내어

결국 가지 하나 잃었지만

그렇게 잃은 가지들

어디 하나뿐이랴


가진게 없지만

그 안은 어떤 무엇보다도 강한

자신이 있으니


껍질만 번지르르한고

속이 텅텅 빈 나무들이

제 아무리 풍성한 과실 뽑낸다 하더라도


태풍을 견뎌낸 나무는

더욱 자신을 다듬고 단단히 하여

제 몸보다 더 커진 자신을 가진다


그러니

이번 여름, 

너무 큰 파도가 나를 덮쳐온대도

나는 준비가 되어 있다.

저번보다 더

즐길 자신이 있다.




별똥별



왜 내 마음은 우주를 떠도는

수억 개의 별과 같이

도대 한 곳에만 정착하지 못한 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마음의 터전을 찾아 매고만 있는지


이 넓은 우주에서

단지 진실된 행성만이 나를 품고 속하게 하여

나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 주면

새롭게 나를 만들어

다시 살 수 있게 해줄텐데


나는 앞을 보지 않고 이런 근심에 빠져

내 마음은 퇴보의 길을 걷고

결국 불타 없어지면


그제서야

나는 현재를 보고 있는가.


방심하는 사이,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고


그 짧은 순간

환호 속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면

내 마음이 은하수 가득 솟구쳐 올라

별똥별보다 반짝이는 눈물로

온 세상을 다 덮게 하고


나는 오늘도 나를 찾기 위해

매이지만

별똥별은 말한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고



외로움이 내 것이 될 때에



세상 가장 행복한 사람은

함께하는 사람인데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동료와 함께

강아지와 함께


나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사람을 보지 못하고

믿음을 보지 못하고


오직 외로움과 손을 잡고

이렇게 살아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희희낙락거리고

둥그렇게 앉아

서로의 눈을 보고

서로의 뺨을 쓰다듬고

서로 가장 환한 미소로

믿음을 말하고


나는 오로지 이 외로움에게만 기대

나의 편으로 만들며


외로움이 내 것이 될 때에

나는 비로소 웃는다



냄새



냄새.

무언가 타는 냄새.

올려둔 냄비가 타고 있다.

하루의 세끼를 책임질 국이 들어 있는

냄비가 탄다.

또 다른 곳에서 탄 내가 난다.

이번엔 무언가 아주 깊은 곳

너무도 새까맣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까맣게 타고 타 재가 되어

사라질 것만 같은.

어딘가 깊은 곳,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나의 전부이자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내가

타고 있다.



허상



넓은 어항 속

또 다른 나는 없다


나와 같은

나를 잘 아는

나는 없다


쉽게 다가가는 듯 하지만

깊이는 알 수 없고

도도하게 보이지만

속은 너무나 여린

또 다른 나는 없다.


모두들

자유롭다.

자유롭게 헤엄친다.

즐겁고 감사하며

충분히 헤엄친다

이곳 저곳 마구 헤쳐 나간다.


나는 아마 기다린다

영원히 찾을 수 없는

또 다른 허상을


어항 밖

언젠가

이 좁은 어항에서

나가게 해줄

새로운 나를 기다린다.


지금은 그저

어항에 비치는

내가 보인다


아니

어항에 갇힌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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