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by 루누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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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방

우리는 검은 방에 있다.

이 어두운 방안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등불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등불은 크기도 밝기도 각자 달라서

모두 자신의 등불을 키우려고도 하고

타인의 등불을 꺼뜨리려고도 한다.

 

사실 이 방에는 꺼져버린 태양이 있다.

우리의 등불을 모아도 이 방을 밝힐 수는 없지만

태양을 밝히는 스위치를 찾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 모두는 스위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서로에게 니가 뭘 할 수 있냐고

다 어두운 데 너만 징징 거리냐고

한다....

 

어쩌면 모두가 다 알고 있을지 모른다.

스위치의 위치를

아기 단풍

낙엽이 나뒹군다

서로 다른 모양, 서로 다른 크기의 낙엽이 나뒹군다

이 낙엽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거리마다 박혀있는 나무들에서

추운 겨울바람에 몸을 맡겨

바로 앞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일까

 

성숙해진 낙엽들아,

너의 줄기와 뿌리에서 왜 여기까지 밖에 못 온 것이니?

라고 생각할 무렵

하나의 새 빨간 단풍잎이 보인다

 

주위에는 단풍나무가 없다

주위에는 빨간잎이 없다


나도 이 단풍잎처럼

줄기와 뿌리에서 바람으로 휩쓸릴 때,

멀리, 아주 머얼리, 날아 갈 수 있을까?

불나방

늘은 까맣지만 더운 이 날

뜨거운 모닥불 한 줌 피워놓고

이 열기를 날릴 시원한 수박 한 조각 베어문다

 

어느새 아름다운 불꽃 근처에는

불나방들이 모여

아름답게 강강수울레를 한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들

점점 작아지는 궤도

바스락하고 나방은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들이 우스운가?

 

온몸이 타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빛을 쟁취한 그들은

꿈을 쟁취 하기위한

조그마한 고통을 잊기 위해

수박을 베어 무는 너가 더

우스울 것 이다 


번호판

자동차 뒤에 붙어있는 이름표

규픽적인 네개의 수,


신기하다며 쳐다본다.

1111,2222,3333

운이 좋다며 사진을 찍는다.


근데 그거 아는가?


이세상 번호표는 모두 하나 뿐이라는 것을


너가 보고있는 그 번호판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흔해 빠진 번호판 일 수도 있다 

장인

방망이를 깍는 저 장인은 남을 위해 만들지 않는다.

앞에서 재촉을 해도,

앞에서 그냥 달라고 해도

자신을 위해 만든다,


자기 맘에 않들면 부수고

자기 맘에 않들면 때려치우고

자기 맘에 들때까지 다시 만든다.


그렇게 장인이 완성한 것은

장인과 대중을 감동시킨다.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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