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흐름의 정의 외 3편

by 예쓰오 posted Feb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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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의 정의 


흐름은 인생이라는 행성을

쉬지 않고 공전하는

형체 없는 위성.

 

미련의 몸부림으로 닿으면

족쇄가 되어 발을 묶고

조급의 손짓으로 닿으면

돌부리가 되어 발을 꺾어버리는

함정의 연속.

 

그러니 저 멀리서

추억할 수밖에 기다릴 수밖에

미완에서 완성이 될 때까지

궤도와 속도를 상실하고

광활한 우주 속 별과 마주할 때까지


아무도 논할 수 없다


세찬 빗줄기의 소리마저 삼켜버린

파도의 포효 속에서

홀로 대양을 지키는 등대수의 뒷모습이

외롭다 하지 마라.

 

파도의 결은 팽팽한 현이 되어

등대 전체를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로

가득 메우고 머지않아 그를 황홀경으로 이끈다.

 

잠잠한 물결에 은은한 광택을 선사했던 햇살을

집어삼킨 암흑에서

분주히 항로를 밝히는 등대수의 손놀림이

처량하다 하지 마라.

 

그가 밝힌 뱃길은 태양의 플라스마가 되어

암흑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신비한 오로라를 뿜어낸다.


야생마의 소원


철장사이 조심스레 건네진

마른 건초에서 들리는

굶주림의 희미한 비명소리.

오늘도 여김없이 굶주림으로 배를 채우네.


갈기를 쓰다듬는

앞니 빠진 아이의 손짓에 숨은

외로움의 차가운 체온.

외로움의 발길질에 당신들은 열광한다네.

 

저 넓은 초원을 숨 가쁘게 뛰고서

내 목을 적시는 단 한줄기의 빗방울과

배부름을 맞바꾸겠네!

 

무성한 목덜미의 갈기를

살살 간지럽히는 드넓은 벌판의 바람만 있다면

평생을 쓸쓸하게 늙어가겠네!

 

동물원 창살 안에서

안주하는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요.

자유를 갈망하는 난,

고독한 야생마요!


상처의 동굴


한 치 앞 보이지 않은 암흑에 젖어

끝이 보이지 않은 낭떠러지를 걷는다.

가시로 뒤엉킨 수풀을 맨발로 밟는다.

 

암흑을 벗어나기 위해

암흑과 힘겹게 씨름하는

피투성이의 절음발이

저 멀리 희미한 빛을 느낀다.

 

내면 깊은 곳 작게 호흡하던

빛을 향한 갈망의 숨이 거칠어지지만

세어 나오는 빛을

동굴 문으로 차단하고

다시 암흑과 사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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