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속도
내일이라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었지만
하루는 옴폭 패여 발이 빠지기도
하루는 헛디뎌 미끄러지기도
하루는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기도
그러다 힘껏 내딛어 질때면 오히려 어색하기도.
더딘 속도였다.
평범함을 위하여
평범한 이를 위한 평범함은 없었다.
책, 영화, 드라마 그 어디에도
평범한 이를 위한 평범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현실마저.
평범함을 사칭한 주인공들이
그들의 비범함을 뽐낼 때마다 평범함은
패배, 발판, 발단, 무료 따위로 폄하되었다.
그 어디에도 평범한 이를 위한 평범함은 없었지만
실로 오늘은 그들을 위해 잔을 들고 싶었다.
집 앞 포장마차의 우동 한 그릇에 소주 한 잔을 채워
짠.
가지
가지는 여름 내 커졌던 뭇닢
털어내야만 했다.
'겨우내 품을 자신 없어, 순리 속 핑계 담아 손 놨다지?'
'쉿, 들리겠어.'
'그래, 눈을 질끈 감긴 했다고?'
'그 닢들이 말라갈때나 되서야 운 물로 적셨다더라.'
한숨
덩그러니 달 하나 밝은 밤
살금 밟아 보는 그림자 뒤꿈치.
숙인 고개 채 또 내딛는 걸음 뒤
시린 바람 볼 두드림.
숙인 고개 채 또 내쉬는 한숨 속
아린 그대 맘 두드림.
빛 씨
길의 어둠이 짙어질수록
작은 빛 씨 하나도 밝아보였다.
그리고 그 빛 씨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오늘은 그 빛 씨를 희망이라 부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