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시부문 창작콘테스트

by 풀섶 posted Mar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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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를 타며


산과 산이 등보인 경계에서

행여 떨어질까 이탈할까

외줄에 매달린 사람들은

아슬아슬 무엇을 즐기려 비명을 질러댈까요?

올리브 잎새가 시소를 타고

숲의 둘레를 재는 낙엽송들이

페이 심장에 귀 세운 오후


뒤엉킨 화석의 연인이

옛날 옛날의, 실종 된 애인을 곁에 앉히네요

외길로 가는 허공의 고공행진

추락을 염두에 둔 그때의 위태가    

앗! 보석으로 동강 난 사랑의 절정이길


야광처럼 반짝이다 사뿐 내릴 유성인양

낙하와 추락이 다른 해석으로 

우리 함께하길 빌었는데

탈탈 털린 바람을 수배하듯 삐꺽대는 리프트

원치 않는 목적지에 수갑 풀어줘도 영원한 감옥은 당신 

 

가까스로 바퀴소리에 매달려 온 사람은 알죠

뛰어내리지 못해 서로 빚진 사랑의 방식이

탕감 없는 형량의 굴레란 것을

아득한  기억이 모조리 걸어 나오네요


귀뚜리


귀뚜리 느닷없이 벽에서 운다

가버린 계절의 속절없음에 대하여

동장군 겨울을 잘게, 잘게 썰고 있다

아 으스스한 저 울음소리


운다는 것은 입 앙다물지 못한 경계경보

그 외침에 교감하다가 곤충의 우화를 씹는

아열대 사람들의 혀를 떠 올렸다


아작 침에 고인 액즙에서  

누군가는 달콤함을 즐기고

나의 가을은 목을 매,  놓친 저녁이 냉기를 불렀지 

바짝 마른 눈물샘에  안약 넣으며

눈물의 의미를 만지는 밤


두 귀  때리는 또렷한 곡소리가

환한 카타르시스 절정되어 내 심장을 짚는다 

 

보일러 설비기사가 와 빨간 불 멎었으나

봄은 절로 오는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갈비찜


제 몸보다 훨씬 가벼운 쟁기를

사철 몸살로 부리던 소 

쇠털 같은 날 들을 무리수로 세었으리


속절없는 코뚜레와 등에 진 멍에 

천수답 둠벙으로 되새김 할 뿐

달라붙은 쇠파리 떼에도 꼼짝 못하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의 쓰라린 각도   20%

쇠 비듬 풀꽃에 맺힌 이슬 1온스

순한 눈 속에 어린

아이의 청담한 눈빛  양념으로 버무려 

도살장 순응에 재웠지


이승의 마지막 숨, 내 뿜던 갈비 살이

이리도 깊은 맛일줄  

어쩌면 짝짓기 희열까지도

자손대대 우사의 고삐에 묶어 두었으리 


개요 없이 속 알머리 빈 나는

소의 진술  우린 갈비살 뜯으며

강렬한  맛에 각인 될 나의 완성을 궁리하지 


미이라


쉽게 만나 쉬이 헤어질 사랑이라

고무신 거꾸로 신을까 말까

고심하지도  않는다

작정 한 듯 태중 아이, 미련 없이 유기한다

앞만 보고 손 흔들던  자투리 안녕

화장터 연기로 사라져도

일 없다는 듯이 면사포 다시 찾는다


안동서 발견 된 미라 여인

머리카락으로 짠 미투리와

누더기 서찰의 못 다한 사부곡이

복중 아이 숨결을 일획으로 그어


마르고 닳도록 쓴 붓끝 그리움이 

정절의 짚신 신고 걸어 나온다

메마른 윤리에 이슬 적셔

살점 묻혀들 듯 울음의 끝자락 휘돈 애 


발굴하는 남정네들

부부유별 오륜 속으로 빨려가

400년 전 뼈 조각을 다이아 결정체로 맞춰낸다

       

아이러니

1

가족의 낯빛이 총천연색이다

홍조 띤 며느리 볼이 쌓인 봉투를 살핀다

지갑 연 딸의 손에서 노잣돈 낼까 말까

배추 잎 지폐냄새 지독하다

뚱뚱한 상주는 시뻘건 육개장에 밥 말아 먹고픈

시장 끼가 무채색으로 번진다

나름의 속된 욕망과 바람이 채색을 덧칠하고

2

아이는 신났다

평생 노동에 시달린 노인의 굵은 손을 묶어

염하는 장의사 하는 짓이 재미있다고 손뼉친다

3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주체와 객체가 섞어 든

풀 샷 되는 어른과 아이의 눈빛이

세상살이 정점으로 엉켜 갈 때

4

치매로 가신 어머니 영정사진 앞에서

애써 슬픈 영화 떠 올려 눈물 짜내던

마른 나의 눈물이 현호 색 봄날을 본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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