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by 별들의강 posted Mar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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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충분히 낯설다




첫 번째, 지하철에서 내리면 백팩보다 숄더백이 더 많았다
두 번째, 강의실 칠판은 초록색이 아닌 하얀색이었다
세 번째, 수업 중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면 손을 들지 않아도 됐다

대학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어찌나 그랬던지, 내 전공까지도 그랬다

문득 고3 때 친구의 자길 잊지 말라던 말이 떠올랐다
알겠다며 함께 내걸었던 새끼손가락도 덩달아 떠올랐다
그랬었던 너를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알면,
너는 나를 칭찬하며 이곳으로 달려와줄까
나는 이렇게라도 그때 그 시절을 가슴에 그린다

얼마 전 오랜만에 모인 고등학교 친구들은 달라져있었다
자식,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던 쌍꺼풀 수술도 했었다
사실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희는 변해있었다

스무살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비온 뒤의 계곡 급류 같은 이 시간 속도까지도 그랬다

봄은 한참 전에 갔고, 여름은 꽤 머물다 이제 가는 듯하고, 가을은 곧 잠시 들린다고 한다
또다시 무언가의 낯선 것이 내게 찾아오고
그럼 난 마치 기다린 듯이, 충분히 낯설다 하겠지
아마도 스무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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