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창작콘테스트- 그 남자의 수면법 외 2편

by 레비 posted Mar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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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의 수면법


 

 청소를 해도

 욕탕은 금세 더러워지고  

 누군가의 몸에서 나온 분비물들은 

 불어터진 물고기 밥처럼 떠다녔다 

 

 하루 세 번 그 남자는 두 알의 각성제를 삼켰다 

 알약은 한 쌍의 키싱구라미처럼 왼쪽 볼에서 오른쪽 볼로 천천히 움직이고 

 욕탕 청소가 끝나면 대리 운전을 해야 하니까 

 대리 운전이 끝나면 인형 탈을 써야 하니까 

 

 그것은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 같다고 생각하며

 그 남자는 새로 받은 물에 몸을 담갔다 

 

 순식간에 온몸이 미끈해지고 

 꼬리가 돋아나고 

 뭉툭한 입부리가 튀어나왔다 

 유선형의 날렵한 몸을 움직이며 그 남자는 물속을 유영했다 

 

 살려줘

 

 깨어 있는 것도 잠든 것도 아닌 몽롱한 기분으로 

 그 남자는 공중제비를 돌았다 

  

 아무도 그 남자의 주파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  돌고래는 깨어 있는 채로 잠을 자는 ‘반구 수면’을 한다. 뇌의 왼쪽 반구가 휴식을 취하면 오른쪽 반구가 몸의 기능을 통제하고, 그 다음에는 서로 역할을 바꾼다. 

 즉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순간에도 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혈앵무


 숨을 뱉을 때마다 작은 심장은 알레그로로 뛴다. 

 붉은 울음을 부표처럼 띄우고 유영하는 몸. 

 마지막 울음을 흘리며 서서히 사라질 붉은 초신성. 

 중추완월, 달구경을 하러나온 이들처럼 활기차다가도 금세 외로워지는.   




  파에톤 



 타오르는 태양은 가시 돋친 선악과 같다 

 베어 물면 선혈과 함께 뜨거운 과육이 흐를 것만 같은 신들의 사과 

 마차 뒤에 매달린 태양을 곁눈질하며 말馬의 목덜미에 채찍질을 한다 

 

 성난 말들의 발굽이 우주의 밑바닥에 박힌 유성을 부순다 

 유성의 잔해로 만들어진 투명한 전갈의 독침

 그는 힘껏 채찍질을 한다 

 들끓던 태양은 차가워지고 눈먼 말들은 울음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열세 번째 달에 태어난 아이야 너는 태양을 닮았지 

 

 고적한 우주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돈다 

 그는 잠시 고삐를 놓는다 

 발목에 꽂히는 전갈의 독침 

 검푸른 독이 복숭아뼈를 타고 몸에 서서히 퍼진다 

 

 아, 어머니 

  

 연약한 심장은 딱딱하게 굳고 흩어지는 마차의 잔해 금빛들 붉은 울음을 흘리며 천천히 떨어진다 

 다섯 번째 계절에 태어난 아이야 너는 태양을 닮았지 


 그날, 자장가를 부르던 어머니는 땅에 닿아 산산이 흩어지는 적색 왜성을 보았다.  



  


  이언/ rjawjdclak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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