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by 혼새 posted Mar 0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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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잃은동물들



주인에게 버려진 고양이는 사람 없는 주차장에서 혼자 찍찍


동물원에 갇혀 사육사에게 길든 코끼리는 멍멍


저 멀리 날아가려던 새끼 참새 지나가던 꼬마애들이 던진 돌에 맞아 음매


얼음이 녹아 물에 빠져 헤엄쳐 나오려는 북극곰 삐약




검은 손




더듬더듬


기분이 어땠어 오빠?




문질문질


무슨 생각을 했어 오빠?




스윽 스윽


우리 엄마 눈을 볼 때 죄책감이 들었어 오빠?




나는 그 날 검은색 꿈을 꾸었는데 


오빠는 그 날 무슨 색 꿈을 꾸었을까


나는 그 날 몸을 꽉 웅크려 잠이 들었는데 


오빠는 어떤 자세로 잠이 들었을까




오빠의 검은 손은 내 몸만 검게 물들인 건가


아니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검게 물들인 건가




오빠는 제 색인데 왜 나는 검은색인가


나를 검게 만든 건 오빤데


왜 내가 엄마의 눈을 보지 못할까






잃어버린 표정




내 모습 담겨 있는 영상 보다



눈을 껌벅껌벅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꾸만


입을 가리네 표정을 숨기네




생각해보니 항상 이래 왔던 것만 같아


별 상황 아닌데 


자꾸만 감정을 숨기네




이슬 맺힌 눈을 껌벅껌벅


어라 


또 손이 올라와 있네




내가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내 어쩌다 


싫다 좋다 표정으로도 말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파도 




뜻 모를 파도가 나를 덮쳐 


어떻게든 버텨 보려 하지만


이리 큰 파도를 상대하기엔 내가 너무 작다




콘센트를 뽑으면 


컴퓨터 전원 바로 꺼지듯이




이 파도도 버튼 같은 게 있으면


좋으랴만 





서핑을 배워야 하나







엄마 저 꿈을 꿨어요


제가 먼지가 되는 꿈이요




엄마 저를 왜 낳으셨나요?


엄마 허릿살에 아직 남아 있는 칼자국을 보면


가슴이 울어요




죄송해요 악몽 같은 꿈을 꿔서 


죄송해요 알면서도 자꾸만 꿈을 꿔서


죄송해요 이 몸으로 살아갈 힘이 없어요




엄마 제 꿈을 이루고 싶어요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꿈을요 







정다은 kate3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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