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잃은동물들
주인에게 버려진 고양이는 사람 없는 주차장에서 혼자 찍찍
동물원에 갇혀 사육사에게 길든 코끼리는 멍멍
저 멀리 날아가려던 새끼 참새 지나가던 꼬마애들이 던진 돌에 맞아 음매
얼음이 녹아 물에 빠져 헤엄쳐 나오려는 북극곰 삐약
검은 손
더듬더듬
기분이 어땠어 오빠?
문질문질
무슨 생각을 했어 오빠?
스윽 스윽
우리 엄마 눈을 볼 때 죄책감이 들었어 오빠?
나는 그 날 검은색 꿈을 꾸었는데
오빠는 그 날 무슨 색 꿈을 꾸었을까
나는 그 날 몸을 꽉 웅크려 잠이 들었는데
오빠는 어떤 자세로 잠이 들었을까
오빠의 검은 손은 내 몸만 검게 물들인 건가
아니면 마음속 깊은 곳까지 검게 물들인 건가
오빠는 제 색인데 왜 나는 검은색인가
나를 검게 만든 건 오빤데
왜 내가 엄마의 눈을 보지 못할까
잃어버린 표정
내 모습 담겨 있는 영상 보다
아
눈을 껌벅껌벅
사람들과 대화할 때 자꾸만
입을 가리네 표정을 숨기네
생각해보니 항상 이래 왔던 것만 같아
별 상황 아닌데
자꾸만 감정을 숨기네
이슬 맺힌 눈을 껌벅껌벅
어라
또 손이 올라와 있네
내가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내 어쩌다
싫다 좋다 표정으로도 말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파도
뜻 모를 파도가 나를 덮쳐
어떻게든 버텨 보려 하지만
이리 큰 파도를 상대하기엔 내가 너무 작다
콘센트를 뽑으면
컴퓨터 전원 바로 꺼지듯이
이 파도도 버튼 같은 게 있으면
좋으랴만
아
서핑을 배워야 하나
꿈
엄마 저 꿈을 꿨어요
제가 먼지가 되는 꿈이요
엄마 저를 왜 낳으셨나요?
엄마 허릿살에 아직 남아 있는 칼자국을 보면
가슴이 울어요
죄송해요 악몽 같은 꿈을 꿔서
죄송해요 알면서도 자꾸만 꿈을 꿔서
죄송해요 이 몸으로 살아갈 힘이 없어요
엄마 제 꿈을 이루고 싶어요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꿈을요
정다은 kate3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