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by 이룬다 posted Mar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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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흐르는 시간의 고함소리


적막 속에 숨은 울보가 귀를 기울인다

뭐가 들리니


째깍 째깍

초침화살이 심장을 향해 조준하는 소리


이불 속에 숨은 울보가 눈물을 참는다

무얼 들었니


째깍 째깍

검은 그림자이불을 뚫는 화살 소리


눈물 속에 숨은 울보가 입술을 깨문다

뭐가 그랬니


째깍 째깍

응어리진 고름딱지를 건드리는 소리


울보야 울보야

이건 그냥 시계소리란다


시간아 시간아

이건 나의 비명소리란다


울보야 울보야

내가 너의 친구가 되어줄게


시간아 시간아

너는 나를 괴롭힐 뿐이란다


울보야 울보야

너는 나의 연인이 되어라

내가 너의 두손을 움켜잡고

잔인한 슬픔에서 구해낼게 


시간아 시간아

나는 네게 틈도 주지 않을거다

내가 울음을 멈출테니

너는 고함을 멈추어라


울보야 울보야

네 귀를 막아라

나는 누구에게나 공평할 뿐이니

나를 피하려거든

너는 귀를 막아라


시간아 시간아

네 소리를 들어봐라

너는 누구에게나 공평할 뿐이지

슬픈 살생을 행하려거든

너는 나를 떠나가라


째깍 째깍


울보가 이불을 나왔을 때

시간은 대답을 하지 않고

검은 어둠도 사라졌구나



2.  이 겨울이 내게 준 선물


하늘에서 나를 위로해주려고
눈이 내리나 봅니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내 얼굴에 색깔들이 채워집니다
매일 듣던 노랜데도
마음이 울립니다
눈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하늘에서 나를 위로해주려고
눈이 내리나 봅니다

오늘은 꽤나 힘든 하루였는데
모든게 녹아내립니다

하늘에서 나를 위로해 주려고
눈이 내리나봅니다

하늘에서 나를 위로하려고
내 머리를 토닥이듯
눈송이가 내려앉았습니다

그렇게
밤 새 눈이 내렸습니다
나 말고도 위로가 필요한 당신을 위해서
눈을 내렸나봅니다

밤 새 눈이 내린
거리라는 도화지 위에
나는 철퍼덕 누워봅니다


소복이 쌓인 눈밭으로
나는 수영하듯 뛰어듭니다
사박사박 눈 소리가 고운 새색시 같습니다

눈밭 위에서 나는 새하얀 날개를 가지게 됩니다
하얀 날개를 등에 달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니
마음에도 새하얗게 눈이 내립니다

시간이 지나
내 마음에
하얀 눈세상이 펼쳐지면
나는 또다시 천사가 됩니다



3. 나를 묶는 행복한 족쇄


너는 나를 노예로 만들었네

이 갈증은 너로부터 온 것이었네

나는 너의 노예가 되어버려서

사랑의 족쇄를 웃으며 차버렸네


나는 잠시 자유로운 새가 되지 않을래

차갑고 무거운 족쇄는

내가 당신에게 소속되었다는 징표이니까


나는 잠시 두눈을 감아버릴래

날개가 뜯겨져도

사랑이 나를 감쌀거거니까


내가 빠진 이곳이 늪이라 해도

헤어날 수 없는 환각이라 해도

괴물의 목구멍이라 해도


나는 이곳을 빠져나가려 애쓰지 않아

사랑이 나를 감쌀거라는 착각에 빠져버릴래

나는 이미 중독되 버렸네


너도 나와 함께 이 늪에 발을 담구자

너도 나와 함께 족쇄를 채우자


그러면 이 늪은 더 이상 우리를 빨아들일 수 없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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