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 콘테스트 시부문 5편

by rapture posted Ma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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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가시고기는

죽어서도 자식생각에

시체를 내준답니다

이 조그만 고기는

아이들을 위한

눈감는 삶이

배부른 어항보다

더 숭고한듯 보입니다

살아생전 우리아들

잘 되길 바라는

생선 한 마리에게서

당신의 하얀 잔주름을 봅니다

바다 그 짠내 나는 곳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있어서

여전히 아름답다고 말 합니다


-연어-

 

연어는 알을 낳으러

고향으로 간 답니다

서슬 퍼런 먹구름도

번쩍이는 번개도

어머니는 막을 수 없다네요

솟구치는 파도를 역류하고

날카로운 바윗돌에 찢겨도

기어코 내 새끼

품으러 간 답니다

등 푸른 생선의 삶이

세삼 가여워 보이지만

만고의 고통으로 쏟아낸

작은 물고기들을

위한 눈물은

무엇보다 아름답습니다

어머니, 그 연어는 아마

우리 어머니인가 봅니다


-뭉실이-

 

번개처럼 피어 왔나보다

그냥 나도 모르게 다가 갔나보다

어느 누군가가

사랑은 은하수 다방 문 앞에서 이뤄진다고

 

처음 나의 마음은 차분했으나

지금 나의 청춘은 요동친다

누구를 만났기에

잊었던 감정이 솟구치는가

 

허나

그런 그녀를 만나기 위한 기도는

내 입술에 시작했고

떨리는 심장은 내 몸속에 있다

 

태어나면서 원했던

그 이끌림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그녀 뭉실이


이별 편지

 

나 그대에게

그 모든 사랑스런 기억들

이제 추억으로 만들었습니다

건너편 횡단보도에서

손 흔들며 아녀아녀

먼저 가시라요 하던 순수했던

기억이 이제는

그대를 놓아주는 인사가 됩니다

 

한개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내 솜털 하나하나

기억하지 마세요

나 당신을 쓸어내리던 사랑자국

이제 한 여름밤으로 보내고

나 홀로 한아름 바람 안고서

사랑을 놓아줄게요

 

저기요 좋아해요

그 시절 청춘의

아리따운 아기씨께.



출근

 

개천이 열린다

마감했던 장터에

얼어있던 동태가

살아난다

부비적, 뜨다만 눈을 비비며

슬며시 삶의 벽을 넘어선다

 

햇살에 눈부신 실눈으로

오늘 하루 또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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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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