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by 하나빈 posted Mar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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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잃어버린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잃어버린 계절에도 꽃은 피는가

겨울이 지는 강 마루에 꽃은 피었다

어린 바람이 사이사이를 지나니

잃었던 것들은 다시 돌아온다

봄은

그런 계절이다

하지만 돌아와야 할 때 떠난 이는

언제 돌아오는지를 잊어 돌아오지 않았다

꽃이 피지 않았음에도

져버린 꽃이 너무 많아 어깨가 무거웠다

모든 죄는 지상에서 갚아야 하는 까닭이니

너는 제 삶이 죄였음을 깨닫는다


02. 빈 잔

 

문득 잔을 들었다 생각했다

잔은 비워질 수 없다

한번 무언가로 찼던 잔에는

그 흔적이 남는다

너는 인정하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철없이 잔을 비우고

머리위에 털어대니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이 있다

아아

네가 내 잔을 채웠었구나

찌꺼기 같은 내 사랑

비워지지가 않는다



03.  피리

 

문득 피리를 만들었다

사포질을 햇것만

거친 것이 모나기만 했다

선물하기로 했다

누군가가 대신 연주해주기를 바랬다

당장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악기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남겨진 악기는 만든 이가 스러져도

주인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서 사랑을 노래할 테지

그렇게 사랑이 마르고 닳지 않는 한

홀로

연주를 계속하겠지

피리는 그렇게 내 사랑을 노래한다

오늘 밤에도 그렇게 이별을 맞이했다.

 



04. 봄이 내린 밤

 

봄은 그렇게 나의 창 어귀에 내려앉았다

반쯤 열어 둔 커튼 사이로

봄이라 부르는 것은

차가운 밤의 무게에

외로움의 무게에

침묵의 무게에

시체처럼 누워있다

봄은 벚꽃이며, 벚꽃은 사랑이다

사랑은 그렇게 시체처럼 누워 있다

하늘에는 봄이 주는 환상이

땅에는 환상이 주는 상처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러니 그대 봄 같이 웃지 마오

그대 사랑을 봄이라 하지 마오

철없는 내 사랑 시체처럼 누울 테니



05. 그 봄

 

그 봄은 그렇게 찾아왔고

그 사람은 그렇게 떠나갔다

그 사람의 부재가 그렇게 슬펐던 건 아니었다

그저 하필 봄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모든 것이 돌아오는 이 계절에

그 사람은

그렇게

떠나갔다

떠나야 할 때를 잊은 이의 뒷모습은

지독해서

그 봄은 보이지도 않았다

돌아와야 할 때 떠난 이는

언제 돌아오는지

나는 몰라서

그 봄을, 그 사람을

우두커니 기다린다

그렇게 나는 한 그루의 벚나무가 되어간다





김지수 ) 010-8139-4416 / kimjee0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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