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별비
너의 흐릿한 모습이 비 때문인지
나의 눈물 때문인지
모르겠다
너의 얼굴이 유독 흐려 보이는 것이
먹구름 때문인지 나의 말 때문인지 모르겠다
항상 맑던 하늘이
너의 얼굴이
오늘은 어둡고 우울해 보인다
02. 달
깜깜한 밤
한산한 버스 안
창가에 앉아 밖을 보니
달이 웃으며 함께 달리고 있다
너의 눈웃음을 닮은
저 달은
나와 함께 있는데
넌 어디에
03. 선과 악
어릴 때부터 나는
가끔 착한 나쁜 아이인가
가끔 나쁜 착한 아이인가
수 없이 물어왔다
어느 것도 옳다고 할 수 없고
어느 쪽도 착하다고 할 수 없다
말을 잘 들으면 착한 아이인가
혼자 속으로 앓는 것이
착한 아이인가
04. 죽음
일 년 이 년
시간이 지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하나하나
주변 사람들을 잃으면서
죽음과 가까워졌다
점점 더 가까워져
이제 나와 함께 걷고 있다
05. 봄
봄바람이 살랑이던
그저 그런 어느 날
그저 그렇게 지날 듯한
따스한 바람이
나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