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시_파스텔톤의 어느 날 외 4편

by 흩날 posted Mar 1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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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의 어느 날


그때 그날은 풋풋하게 채색되었고, 아름다웠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선은 엉망이고 색들은 불협화음을 만들었는데

뚜렷하지 못해 뿌옇게 보였는데

그날이 참 아름답다고 해

 

파스텔 톤으로 물든 그 날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어

불안정했고, 불안했고, 초초했으며 아름다워 지려고 발버둥을 쳤었지

 

그날의 오늘은 뿌옇게 흐릿했는데

그날의 오늘은 답답하고 불안했는데

한발자국 떨어진 오늘에서야 그날은 아름다웠다고 해

 

뿌옇던 색감이 답답하고 불안했지만

제멋대로인 선들은 초조했고 불안정했지만

 

뿌옇던 그날은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고

제멋대로인 선들은 아름다운 곡선으로 왜곡되었지

 

그렇게 남은 파스텔 톤의 어느 날은 아름답게 기억될 거야

그렇게 지나온 그 날은 아름다웠다고 기억될 거야




변해가는 의미


나는 분명 주먹을 꼭 쥐고 있었는데, 
왜인지 그 주먹에서 바람이 들고 새어 나가네

패기 어린 그리고 당당했던 그 주먹은 어느덧 느슨해져 
타협이 곧 대화라 여기게 되었지
그래 좋게 포장이 되었던 거야

건조한 내 방, 푹 젖었던 수건의 물기는 사라졌고
그 건조함에 내 입술은 바삭바삭 거리네 
그래 건조함 때문이었어

꺼질 줄 몰랐던 내 방의 컴퓨터 빛은 사라졌으며
잠을 잊었던 나는 빛이 사라진 어느 날 그냥 눈을 감아 버렸지
그래 내일이면 아침이 또 올 테니까

그렇게 한참 어둠 속에서 나를 찾다가 눈을 떴을 땐
눈물이 흘렀어
맞아 이건 아침이 아닌 또 다른 어둠이야
그래 내가 마주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어둠이었어


평상시와 같았던 오늘, 그리고 녹아버린 우리 사이

평상시처럼 카페에 가서 주문을 했다.

 

얼음들은 뭉쳐서 한기를 주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차갑지만 뜨거워서 녹고 녹는다.

 

그렇게 테이블 위에 물방울들로 열심히 흔적을 남긴다.

 

굳이 말이 필요할까, 굳이 표정이 필요할까, 굳이..

 

오늘은 평상시와 같았고 우린 차가웠지만 뜨거웠기에 녹았다.

그렇게 티슈로 그 흔적조차 지워 버렸다.

 

그래, 오늘은 분명 평상시와 같았어.



시간


꾸밈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넌 꾸밈이 없구나.

지나침도 그르침도 없이 한결같구나.

 

그런데 나는 왜 널 마주할 때 마다 꾸미는 것일까.

유치원 시절, 죽기 직전 까지도 한결 같은 네게, 난 꾸민다.

 

매번 똑같은 네게,

매번 다른 내가 똑같길 바란다.



뜨거운 기억


팔팔 끓는 주전자의 뚜껑을 슬쩍,

내 한숨과 함께 뿌옇다.

 

활기찬 그날의 기억도 뿌옇고,

사랑했던 그날의 온도도 뜨겁다.

 

한 순간에 사라질 한숨이지만,

뿌연 그날의 기억이지만

그날의 온도는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오늘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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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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