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맘대로 키우지 않네요.
내일 죽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언제 물을 주나요.
선명했던 초록빛이 물을 주지 않아 화가난 붉은 빛의 모습을 할 때.
대충 키우지 않네요.
그대도 마찬가지에요. 전 그대를 소홀히 한적 없어요.
고마워요.
떨어진
화가 나거나
답답할 어느 순간
저는 머리를 넘깁니다.
반절 정도 고정된 요상한 앞머리는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있는지
사랑스럽도록 내려오질 않네요.
다시 털고 정리합니다.
원점으로 돌아오라는
물론 감정을 뜻하진 않습니다.
그 때 떨어진 눈에 비친 먼지들
상관하지 않던 어느날
저의 묽은 바지 색 위에 탁하게 떨어져있습니다.
소복하게 쌓이진 않았지만
그대가 좋아했던 눈을 닮았군요.
유난히 하얗게 보입니다. 떨어진 것
그리움이라는 하나의 생각을 유발 시킨 것
내 마음이 그대와 섞여 회색으로 변하기 전 그대의 것
어쩌면 그대와 나 또한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떨어져있어도 멀어도 제 바지 어느자락에 머물러 있을까요.
전 떨어진 그대를 기다립니다.
하얗게 물들여 하얗게 물든 어쩌면 하야안 그대를
저와 회색으로 물들어 가는 건 어떠신가요
달
달을 보러 자주 나가곤 합니다.
모든걸 제치고 나가도 아깝지 않습니다.
내 맘대로 시간을 할애한 탓인지
쌓여있는 책들의 눈초리가 신경 쓰입니다.
먼지와 한 몸이 된 흑연들의 검은 눈물이 신경쓰입니다.
하지만
달을 보러 간다는 아깝지 않은 선택은
후회하지 않게 합니다.
밝은 빛은 매일 비추지만 날 비추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하지만 난 믿어요.
저 둥근달은 날 따라다니며 비추는지를.
저 밝은 달은 날 쪼아다니며 비추고있는지를.
언젠간
달마저 느끼겠지요.
너무 비추는가 싶기도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