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착콘테스트 시 부문 <영안실> 외 4편

by 토끼일곱마리 posted Mar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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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실

 

 

고작 열 살에서 겨우 한 살을 넘긴 아이는

희미하게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혼자 겨우 누울 수 있는 비좁고 차가운 침대 위

곱게 수의를 차려입고

,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라며

하늘을 향해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비통함에

평소 투정도 부리지 못했던 소심한 아이가

악을 질러가며 그녀에게 소리를 쳐보지만

그녀에겐 세상에 외침의 전달이 끊긴지 오래

귀가 먹먹해지며 주저앉아 일어날 줄 모르고

온기 하나 없는 그녀는 작은 동산 되었고

 

빛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는

암담한 방 안에 아이는 갇혀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귀를 열어도

거대한 어둠이 아이를 막고 있어

차가운 공기만 응답할 뿐

 

홀연히 방안에 갇힌 아이는

어둠으로부터 익숙해질 수도

벽을 짚고 일어설 수도

바닥을 기어 주변을 살필 수도

문을 열고 나갈 수도

없이

 

아이는 그녀의 나이가 되어서야

태연한척 꽃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며 엄마를 그려본다.

 

 






향기



 

봄에 피어나는 꽃의 향기보다

겨울에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꽃이 더 짙은 향기를 낼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아름답다 호들갑 떨지 말고

 

꽃이 진 후

꽃을 잊지 말아다오

 

사람도 사랑도

한 때가 아닌

 

한 때를 지난

내일이 더 아름다워야

 

향기가 될 수 있다.

 

 

 

 

 

 

 

 

 

     

 

이별

    

 

한 걸음만

한 걸음만

 

온 몸이 찢어질 것 같은 추위 속에서

입김은 점점 거칠어지고

너는 내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각자의 손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빙판길을 걷기 시작한 건

겨울이 오기 전부터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진부한 계절의 진리에 대해 의심을 품고

 

아주 가벼운 발걸음으로

바람이 되어 나를 앞질러 가버리는

 

걸음의 내딛음이 두려울 만큼

발목에 피어난 보랏빛의 꽃

 

 

 

 

 

 

    

 

 오지 않을 봄 

 

 

이미 저 먼발치 한참을 멀어져 가버린 당신이지만

여전히 아련한 꽃망울과 같아

 

수 없이

새로운 봄이 찾아와

수려하게 꽃들이 피어나도

한 쪽에 피지 못한 꽃망울이 마음에 쓰여

 

몇 해의 봄이 지나도

아련한 당신으로 남을 우리의 봄





이별 2


 

다리가 부러진 사람처럼

무릎으로도 서지 못한 채

너부러져 있는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던지.

 

맨 손으로 그릇을 씻기다

날카로운 가위에 손을 베이고 나서야

아프구나, 내가 지금 아파

 

고통을 망각하고 싶은 내 모습을 잊고 나를 잃어가고

 

혼돈의 시간 속에서 파괴된 내 모습에 실망 할 줄 모르고

 

걸음을 멈추어야 하는지

걸음을 빠르게 재촉여야 하는지

걸음을 되돌려야하는지

알 길이 없어

 

그대로 주저앉은 채

쪼그린 나를 안아주는 방법도 모르는 나를 두고

지나간 너를 바라보기만 할 뿐



<원이슬 / won5781@korea.kr / 010-4632-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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