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안개섬> 외 5편 new

by Butterfly posted Apr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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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섬


안개의 섬이 저기에 있어 

소리없이 노 저어 가네

구름 속 끼인 집들 사이

한 켠에 불 들어온 너와 나의 집


천장엔 손 닿지 않고

두 발 뻗어도 끝이 없는 집

짙은 나무향 가득한 색

창 열어 바람이 나를 감싸네


섬은 내 맘에 가까운데

배는 자꾸만 왼쪽으로 돌아

아득한 물 위로 허공을 맴도네

돌이킬 수 없는 인생, 영원이란 이름


저 멀리 안개의 섬에 가려하네

나 홀로 강물에 선을 긋네

안개에 숨은 너를 찾아

오늘은 함께 가자, 우리의 집으로



소통의 벽


너와 나 사이에 

흰 벽이 있어 

입을 떼 말 하려도

메말라 버린 흰 벽


고요한 대중들 사이

홀로 끼어 울던 널

발견하고 소리쳐 외치려 했다

나도 여기 서 있다고


너와 나 사이를 

가로지른 흰 벽

내 맘 속 깊은 공간 속

너와 나란 마지막 존재들



노인들이 사는 섬


노인이 사는 섬은

사실 시인이 사는 섬이다

풀도 꽃도 나비도

눈에 들어오면 모두 시가 된다


바람이 날리듯 한 포기 풀처럼

그렇게 날아간다

어느 멋진 날에 

어느 멋진 곳으로


사람이 사랑이 되는 날에

노인의 나라는 사랑을 한다

봄날의 아지랑이 사라지듯

민들레 바람에 흩날리듯



한 가운데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그 한 가운데

내가 여기 춤 추고 있다.

 

하늘 하늘

춤 추고 있다.

바람이 얼굴 스치고

사람들도 스쳐 지나갈 때에

 

춤 추고 있다.

그러나 희망도 세찬 바람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갈 때

슬픈 기억은 아른 아른

나의 영혼을 뒤흔들고

 

그대 심장소리 귀에 들리는 듯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마저

날 떠나가는 듯 할 때

 

그럴 땐 나 홀로

살아야만 하는가 깨닫고

홀로 뒷짐지는데

 

별빛이 빛나던

어느 날 밤에

 

노래 소리 어디선가

풍뎅이 날갯짓과 실려와

나의 귓가에 속삭여

 

밤은 평등하고

내 시간은 바로 여기 있다고

 

어둠 속 고요의 정점에서

고요히 날 바라보는 나의 영혼

 



빨간 책

 

빨간 책을 쓰고자 한다.

그 누구도 찾지 않는

산 속 깊은 작은 책방에

서가 한 켠에 놓인 빨간 책.

 

내 마음에 있으나

그 누구도 모를

작고 소박하고 발칙한 이야기들

모아 놓은 빨간 책

 

그러나 그 곳으로 가는 오솔길

언젠가는 파헤져 지고

저녁 노을과 함께 바스라져

소망도 없이 쓰러질 것을

 

그것은 나도 모를

빨간 책이었다.

죽음과 장례와 묻힐 땅 속

깊은 지구 밑 빨간 책.

 

토양 속에 놓인 미련은

나를 감싸는 조문 객들과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리라

 

그들은 모두 나를 바라본다.

관 속에 나와 나의

빨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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