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 <봄비>및 2편

by 호빵 posted Apr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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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고속버스 맨 뒷자석
군인이 있다.
울음을 가리려
군모를 깊게 눌러 쓴,


메마른 햇빛에
바삭 타들어간
피부를 타고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


투박하고
거칠은 손으로
이내 바지춤에
쓱쓱 닦인다


그 소리없이 
부서져내리는 파편에는
과연 어떤것들이
담겨져 있는걸까


지금 떨어진 한방울은
주욱 김치를 찢어주던
살가죽 팔랑이는
검버섯 핀 손


방금 떨어진 두방울은
앞서가는 
손자의 뒷모습을
묵묵히 좇으며
눈밭에 새겨진
조촐한 발자국


이제 뿜어나오는 수많은
봄비들은
속절없이 맑게 흐르는
계절에 대한 원망


아, 이제 알았다!
젊은이는
봄을 미워한다
지독히도 화사한
버스 창가사이로
멋모르고 나풀대는
개나리를 그는...





회귀

갈 수 없는 곳이
분명할 터인데


나는 그림자
슬금슬금 기어다닐 뿐
넘실거리는 눈부심
이제는
잡을 수도
만질 수도
맡을 수도 없다


다시 한번,


얼어버린 강가를 타고오는
복숭아색 늦가을 바람이
주인의 뜀박질에
배를 뒤집어버린
꽈리들에게
조금 더 힘내자
토닥여주던


별이 드문 보이는 밤
허허벌판의 차디찬 땅
곰팡내의 텐트에 누워
페트병에 불을 키고
양주 한 두모금
발화를 시작하는 
목마저도 제발 저려 
모포속에 숨겨넣던
그 추억의 저편.


매캐한 흙먼지
구부러진 삽날
퉁퉁부은 손가락
시큼 비릿한 묵은 땀
여러겹의 초록 만화경을 뚫고
품속에 꼬옥 안겨
진흙밭의 개구쟁이들을
위로하는 숲빛.


나는 회귀 중이고 싶다




이름: 김태호

전화번호: 010 5602 2701

메일: hoho1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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