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 시부문 응모 (당신과 비 외 4편)

by 은성 posted Apr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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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비


비가 오고 있습니다.

우산 하나 챙기지 못한 처량한 어깨가

무덤덤히 젖어가는 것이

결국, 비가 오고야 만 것입니다.


당신은 비가 내릴 것입니다.

첨벙거리는 웅덩이에 서서히 쌓여가는

바람 한 줄기 없는 식은 비가 되어

끝내, 내리고야 말 것입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아늑한 밤 먹구름에

빗물에 짓눌린 어깨에 쏠린 무게감은

다 당신 탓이야, 그래 모든 게 그래, 하다가

애꿎은 마음, 줄줄 비 맞는 것입니다.




앵화


연분홍 잎자락 바람에 아련히 날아갈 즘

지는 순간조차 아름다운 당신은,

부디 영원히 봄날이어라.


모두가 흑백이 되어버린 세상 속

떨어진 당신은 서서히 붉어져 가는데

부디 아직 끝나지 않았길 바라.


찰나의 순간이 찬란하였다면

그렇다면 괜찮을 봄날이기를,

이따금 눈 부신 꽃 올려보았다.




고백


시들어버린 생각에 나는

글 쓰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

다만,

너의 작은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깊은 생각에 풍덩 잠겨

오늘도 잠을 설치고야 말았다.




쪽글


흉터처럼 남은 당신의 쪽글을 발견했어요.

어리고 순수하고 화사했던 나날들을

이제는 자연스레 흉터로 부르는 걸 보면

마음이 참 부단히도 자랐나봅니다.

 

어설프고 서툴던 투박한 마음 한 켠이

또 어떤 가짐을 두었었는지,

때문에 시작되었던 당신과의 쪽글 뭉텅이가

먼지 쌓인 흑백으로 남게 되었네요.


유달리 힘들었던 그 해의 마무리에

생각보다 빨리 정지한 당신과의 쪽글도

아무 일 없단 듯 찾아온 새해는

아랑곳않고 다 원래대로, 돌려놨지요.


겨울이 가서 봄이 왔다는 것을,

봄이 왔기 때문에 언젠가 겨울은 다시 옵니다.

당신이 보낸, 그리고 내가 보냈던 쪽글

그래서 읽지 않고 모두 지웠습니다.


저는 겨울을 준비해야 합니다.

당신과 나의 거리만큼,

저와 당신의 계절 또한 다르기 때문에

봄을 지나보내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제 쪽글은 여기까지고,

더 이상 당신에게로 글자가 쏟아지지 않도록,

우리 저마다 각자의 계절을 진하게 누리도록,

뭐 하나 달라진 것 없는 어설픔으로, 바랄게요.


부디 꼭, 행복할게요.



 


바람


가끔의 순간들이 모여 불필요한 너를 만들어간다.

간절한 바람이었던 너는

끝내 바람이 되어 날아갔지만서도.


지독히 불어오는 바람 탓에

아, 나는 이제서는

그만 흔들렸으면 싶은 마음 뿐이다.



이름 : 김성진         이메일 : eunseong31@naver.com    HP : 010-417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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