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한국인 창작 콘테스트 시 부문 - <우리의 운명이 마지막 인사라면> 외 2편

by 천비 posted Apr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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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명이 마지막 인사라면

 

나의 계절은 아직 겨울에 머물러 있는데, 봄이 왔다 한다.

그 날. 죄인에게 낙인이 찍히듯 나에겐 그 겨울의 낙인이 찍혀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네가 읽지 못 할 편지를 적어나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울음이 있었나.

 

너를 덜 사랑한 나의 탓인가, 너 하나 보듬지 못 한 신의 탓인가.

누구도 탓하지 말라 했다.

 

너는 마지막까지도 너 아닌 다른 이들을 생각했다.

 

그리 인정하기 싫었음에도 겨울의 눈 대신 봄의 비가 내려온다.

네가 떠나간 겨울과, 네가 좋아했던 계절인 봄. 나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헤맨다.

맨 살에 너의 빈자리가 닿아서

나는

시리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너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따뜻하게 웃는 너를 보는 것이

나에겐 오래된 행운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참 쉽다

늙은 교장선생이 학생들에게

라디오 디제이가 청취자들에게

 

그리고 네가 내게 사랑한다 했다

 

사랑, 한없이 가볍고 한없이 무거운 이 단어는

행복으로 이끌기에 충분함에도

절망의 구에 밀어버리고 만다

 

아아. 벚꽃 잎이 뚝뚝 흘러 내린다

마음에 네가 물방울처럼 맺힌다


그의 계절

 

온 세상이 피어나는 계절

모두가 사랑하는 이 봄에

나는 외로이 그를 추억한다

 

봄이 슬프다 했던 그 사람

애처로운 눈을 가진 그 사람

내 마음에 자라던 벚나무를

몽땅 지게 했던 그 사람

 

사랑이라 했던가 이별이라 했던가

봄이 슬프다 했던 그는

처럼 머얼리 사라졌다

 

봄비가 출출 내린다

나의 그가 흐른다

나의 이별이 사르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