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분 응모 - <그리움이란 이름으로>외 4편

by 꿀벌이웽웽 posted Apr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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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란 이름으로

 

매번 걷는 길이지만

이 앞만 지나가면 발걸음이 멈춘다.

20년 전 이곳

어머니의 전부였던 구멍가게

                           

어린 마음에 어머니가 창피했고

어린 마음에 어머니께 모진 말들을 내뱉었고

어린 마음에 어머니가,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했다

 

모든 걸 바쳤던 구멍가게를 팔아

내 뒷바라지를 해 주셨을 때

속상함에 눈물 흘리셨을 때

안아드리기라도 할 걸 그랬나 보다

 

무지막지하게 싫었던 공간이

널리고 널린 편의점이 되어 날 반기는구나

흔한 공간에,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겨

또다시 무의미한 시간을 흘러보낸다

                           

그때는 필요하지 않았던 게

지금은 왜 그리도 그리운지


기억, 저 편에서


흘러가는 시간이란

담을 수 있는 것인가

잊힌다는 경계

미안함의 관계

 

수많은 사이에서

수없이 흘러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무것도 없다는 듯

 

노력하면 괜찮아질까

지나가면 나아질까

 

성냥개비에 불을 붙이면

활활 타다가도

결국에는 검게 타버리고 만다

우리의 기억은

성냥개비와도 같다


악몽


캄캄한 길을 걷는다

손을 뻗고

이름을 불러보아도

그 누구 대답하지 않는다

 

저편에 있는 모든 기억

한편에 있는 모든 상처

조각이 되어

흐트러진 흔적으로 남는다

 

퍼즐 조각을 맞추어

그림을 완성하듯

물감을 짜내어

색의 조화를 내듯

 

길의 끝에는

빛이 보이기 마련이다

너의 문장 끝에도

마무리가 있기 마련이고.


그대의 눈


모든 것을 가득 담은 그대는

내게 전부입니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이고

내게 오직 하나인 그대는

어쩜 그리도 소중한 걸까요

 

손대기 무서워

말 걸기 두려워

바라보기 아까워

멀리서만 지켜보는 저의 심정을 아시 나요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저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대의 눈에

제 마음은 봄이 되고

제 얼굴은 여름이 되고

제 목은 가을이 되고

제 손은 겨울이 됩니다

 

덜한 것도

심한 것도

모든 것을 안아 들일 수 있습니다

 

계절은 돌고 돌기 때문이죠


그늘막


햇빛이 비치는 날

민들레 씨 하나 훌훌

아이들은 까르륵

내 품에 안긴다

 

어쩌다 한번 상처 나도

스치는 바람처럼

번지는 향기처럼

그대들을 위해 몸을 맡긴다

 

오로지 하나밖에 해주는 게 없어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웃는 그대들 얼굴 보며

또다시 생기가 돋는다

 

이제는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주자

한 번은 나무의 역할을

한 번은 파라솔 역할을

그대들의 그늘막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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