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분 응모 <미우나 미워하지 못한 마음> 외 4편

by 윤송이 posted Apr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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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미워하지 못한 마



미우나 미워해 보지 못하여,

화가 나지만 못 다한 것이다


미우나 미워하지 못하는 마음 담겨

펜 끝이 공기를 가르며 독백을 해낸다

독백 끝 날에 묻어 있던 것은 경의도 희열도 아니여,

허망한 슬픔만이 콧망울을 때린다


그렇게 너에게 편지를 썼다


미우나 미안한 마음은

허망한 슬픔이 되어

편지를 띄우고 한참 울었다


화가 나지만 못다 한 마음 전해버려 나는 후회했다

너는 상처를 받겠구나 생각했고

나는 후회해 울었고 너는 상처 나 울었다


하지만 너 또한 내가 미우나 미워해 보지 못하고

그러나 너는 화가 나지만 못다 한 마음을 전하지 않았다

그렇게 답 없는 독백이 된 내 마음에 나는 공허해 아팠다


너는 너의 마음만을 끌어안고

나는 나의 마음만을 끌어안으며

너의 총구는 나를 향하고

나의 총구는 너를 겨냥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형태만을 깨닫고

미워하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긴 슬픔을 채우게 되겠다

바라볼 너의 눈이 사라지면

나는 평생 긴 슬픔을 지니게 되겠다


이러니, 어머니 당신은 미우나 미워하지 못하겠고

화가 나지만 못 다한 마음은 슬픔이 되겠다

여지껏, 여전히, 후에도

당신만은 미워해 보려하나 미워하지 못하겠다



-

우야 (雨夜)



비가 오는 밤엔 잠을 못 잔다

내리 꽂히는 빗방울 소리가

너를 때리 던 소리와 같아

신경 쓰인다


바닥으로 내리쳐

물러 터져버린 빗방울 위로

속절없이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거대해

나는 신경 쓰다

잠을 못 잔다


네게 줬던 아픔도

짓밟혔던 내 마음도

거울에 빗대어보니

모두 빗물 같기에

눅눅함을 못 이기며

잠을 못 잔다


내일 아침이 되면

지금의 아픔을 모른 척하기 위해

그러니 나는 오늘 밤 전부 울어야 하기에


비가 내리는 밤은

세상이 온통 나의 모습을 띄니,

그러니 맘 편히 숨어버릴 수 있기에

나는 잠을 못 잔다


그래, 그래


나는 반드시

내일의 해가 뜨면

마주해야 될 모질 것들에게

모른 척해야 하기에



-



사물과 사람은 교묘하게 연관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사물을 보며 사람을 떠올리곤 합니다.

오늘은 실내화를 보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단 번에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기억이 명주실을 타다, 결국 그분의 이름을 건져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실 그분의 얼굴도, 냄새도, 맞춰보던 손의 크기도 까마득합니다.

오래전 인연이여서 가 아닙니다.

제 곁에 오래 묶지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그럼에도 그가 골라 주었던 실내화라는 면목으로

은연중에 튀어 올라왔나 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느라 정신 팔려,

연필 끝을 꾹 누르고 있다 지웠습니다.

종이 위에 연필 자국이 어렴풋이 남았습니다.

그것은 채워지지도, 지워지지도 못하게 됩니다.

그도 그렇습니다.

긴 연장 선 위에 어렴풋이 점을 찍고 달아나

지워지지도, 채워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네가 살포시 찍었던 점이 나에겐 그렇습니다.



-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비가 와 어두운 하루를 보내고

먹구름에 밝은 밤이 되었으나

너는 오지 않았지

그런 것들을


꽃이 만개하는 봄이 왔지만

두터운 외투단을 여매야 하는

변질된 계절

그런 것들을


나의 몸을 주무르던 너의 손이

나의 심장까지

주무르게 되던 순간에

그런 것들을


몸 떨리는 날씨에

쑤셔 박았던 너의 호주머니 속이

너무 따뜻했던 걸 알지


네 호주머니 속 경험을

말미암아,

그런 것들을

전부 넣어 두었지


추위도 온기도

모두 네 호주머니 속에 숨 쉬고 있지


나는 추위도 온기도

얼어버리지 마라,

네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지


너 아플 때 꺼내 먹으라고 말이다



-

자필



너는 나를 자꾸 글로 쓴다

허나, 백지에 꾸겨진 문장은

내가 아니다


나는 너의 글 구석구석

나의 증거들을 찾아보았다

믿음으로 인한 믿음뿐,

심연의 감각들이 인도된다


나의 오해와 너의 거짓 감정을

검게 칠한다


너는 알 것이다


헛된 욕망의 부름에서 숨 쉬는 것이

고통이 주는 쾌락인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런 여부없이

네가 써내리는 아픔에 동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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