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차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공모 <조금 더> 외 4편

by 느루 posted Apr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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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내가 조금 더 코가 높게 태어났다면

내가 조금 더 활발한 성격이었다면

내가 조금 더 늦게 태어났더라면

 

조금 더를 원했는데

너무나도 많은 조금 더들이 나열된다.

 

난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했으면 했지만

사실 아주 많은 행복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신호

 

생각 없이 꺼낸 젓가락의 짝이 맞았을 때는

내게 곧 사랑이 다가올 것이라는 신호.

 

타려던 버스가 잠시 후 도착 예정이라는 건

오늘 그 사람과 가까워질 기회가 있을 거라는 신호.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서 있을 땐

내일 시험 결과가 꽤 괜찮을 거라는 신호일거야.

 

내겐 이런 좋은 신호들이 넘쳤으면 좋겠다.

순간순간이 기다려지는 오늘을 산다면 잠드는 순간에도

행복에 사무쳐 꿈에서까지도 설렐 텐데.


흔들어

 

내 등 뒤로 바람이 불어 시원해서 기분이 좋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버들들이 추워 보여 마음이 안 좋다.

 

방향을 틀어 뛰려 하니 내가 아까 그 버들들 같다.

지금 보니 버들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시원해 보인다.

 

바람은 변하지 않는다.

방향에 따라 바람에 그저 흔들리거나 휘둘리는 것일 뿐.


반하다

 

땀냄새가 좋다고 느낀 건 같이 운동을 한 후,

 

하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건

네 흰 손을 보고 예쁘다 생각했을 때부터

 

너의 고민을 들었을 때

내 자신이 위로에 소질이 정말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이렇게 너를 글로 표현하는 걸 보니

난 네게 반했다는 거겠지.


죽음과의 관계

 

평소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가장 힘들 때 먼저 찾는 건 죽음이다.

그러나 갑자기 찾아온 행복에 죽음과 멀어진다.

그러다 또 다시 죽음을 원한다.

 

죽음이 미운 적이 딱히 없다가도

주변인의 죽음에 죽음이 너무 밉고 원망스럽다.

 

죽음은 항상 곁에 있지만

내가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한다.

그러기에 유일하고 항상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