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막
햇볕이 뿌리내리기 힘든 도시 사막에는
사람들이 하얀 모래알이다,
수분 없는 모래알처럼 속이 빈 채로
바람따라 이리저리 휩쓸려갈 뿐
인정이 증발해버린 삭막한 회색의 언덕에는
더 이상 삶의 진한 수액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 사막을 횡단하다 오랜만에 너를 만났다
다시 만난 너에게서는 더 이상
물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마주 앉은 너와의 거리가 신기루처럼 멀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더 이상 물을 찾지 않는다.
스스로 증발된 사람들이 썩은 쾌락을 찾으러
하이애나처럼 킁킁거리며
밤의 도시를 어슬렁댈 뿐.
너의 웃음이 모래알처럼 부서진다
나는 급하게 그곳을 나온다
그
러나 어느새 나의 손목도 시계와 함께
천천히 모래에 묻혀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