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차 창작 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폐품이 가는 길 외 4편>

by 아통 posted May 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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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


1. 폐품이 가는 길

2. 나뭇가지 잘린 날이 시집가는 날이다

3.그리움

4.청자

5.미투



1.폐품이 가는 길

       

                                           김용주


지나온 일들이 형상되어

보따리 안에 가득 채워진 채

오르는지 내리는지

온통 지붕을 만들며

비탈길이 걸어간다

 

무게 실린 짐이 빙판에 밀리듯

찌그러진 잡다한 추억들이

산을 만들고 길 내며 나온다


발걸음은 세월의 무게만큼

느릿느릿 걷는다

고통의 긴 한숨을 내뿜으며

깡마른 주름에 누런 혈색이

손에 쥐여 준 구겨진 낡은 지폐 몇 장

세는 눈길이 등짝에 달라붙은 배를 풀어낸다

 

오랫동안 몸부림치며 피워낸

꽃잎 위의 따가운 봄빛

바람이 마르고 시들게 빨고 있다.

 

                    

 

 

2.나뭇가지 잘린 날이 시집가는 날이다


밤낮으로 눈 불태워

굵은 핏줄 세운 날들

손끝으로 셀 수 없다  


거꾸로 돌려놓은 시계 바늘

눈뜨지 않은 공간에서도

무심으로 한 방향으로만 돌아간다  


물에 잠기어

실뿌리 내린 메기수염

하늘빛 만난 자리

새록새록 힘 모은다  


견디어 낸 아린 세월

옹이에 쓸어 담고

속살 밀어내며 용쓴 날들

흐르는 시간 위의 걸음걸이

가는지도 모른다

 

 

3.그리움

  

봄바람 실어

비탈길 석축 덮어 내린

개나리 황금물결 위를 걷고

목련나무 흰 비둘기 떼

날갯짓 반기는 곳에 난다

 

붉은 입술 쭉 내민 철쭉

식탁 기웃거린 쑥 민들레 냉이

호수너머 아지랑이 부른다

 

상큼한 꽃향기

뒷산 언덕배기 두릅 새순

나무그늘에 말린 어린 야생 찻잎

정담 나눈다

 

훈풍 불어오면

산감아 도는 계곡

물 위 그늘 평상에

마음 내려

 

차 한 잔에 비워 내고

또 한 잔에 꿈을 실어

천리 길도 단숨에 넘어 간다.

 

   

4.청자
            

신의 손길인가

도공의 혼불인가

토화의 숨결이 흐른다


고요히 깊어지는 푸르름
운학이 당초 위를 날으고
향기로운 국화가 만개한다 
 
가녀린 선 따라 이뤄지는
완벽한 여백의 조화로움
꾸밈없는 단아한 자유
 
누가  손 대어
꽃을 내릴 수 있겠는가
시린 눈 감추려
시공간의 침묵만 흐른다. 
 

 5. 미투

 

그 누구의 허락도 없이

부끄럼도 없이

바람처럼

살그머니 어루만진다


향기 따라 찾아드는 벌나비

수줍어 가슴에 품은 사랑

살포시 다가와 속살거리며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훔치다 끌어낸다


행여

누가 알까

피멍 진 세월


이제는 아린 기억 들춰내고

눈물 옷 벗어 던지며

맨몸으로 하얗게 노래한다




* 김용주 010-3242-6389  광주광역시 북구 송월로49번길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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