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 시인의 말
시집 빈 여백에, 수첩에, 일기장에, 낡은 노트에..
생각이 닿는 느낌으로 그냥 끄적거린 글들을 처음으로 세상에 꺼내어 봅니다.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마음이 행복해 집니다.
■ 차 례
1. 삶이란..
2. 홀로서기 이며,
3.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뱃사공이다.
4. 오늘도 난 설산을 오르며,
5.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다.
■ 글 모음
1. 삶이란..
17년 5월 21일
활활 타는 장작더미에 나를 놓을 수 있을까?
내 보잘것 없는 육신은 가루가 되고,
생을 다한 영혼은 불꽃의 연기와 함께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겠지.
나를 태우고 남은 재들은
시커먼 나뭇가지 사이로 흩어지고,
뼈들은 흙과 함께 뒤썪이게 될테지.
죽음이 비로소 나를 잃어 버리는 자유라고 한다면,
먼 훗날 불현듯 내게 닥칠 그것을 위해
오늘은 겸허하게 나를 준비하자.
아직은 잃어 버리기 전의 나를 먼저 찾고,
고통을 인내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삶이다.
2. 홀로서기
15년 8월 11일
쿠에토!
빈사의 그늘을 쫓아 여기까지 왔을까?
내 허물을 다 아는 너는
이리도 매정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애닯다 바라보는 내 시선을
뙤약볕 식어가는 길가에 던져놓는구나.
삶이..
인생이..
살아가는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불가마 속에 놓여진 내 궁딩짝마냥 슬퍼만 할 것인가.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도 되지 않는
물 빠진 뻘밭에 놓여진 고동새끼들조차
지 한몸 살아 보겠다고 몸뚱이인지 혓바닥인지 쑤욱~ 내밀고는
발버둥을 치지 않터냐..
거스르지 마라.
흐르면 흐르는데로
부딪치면 부딪치는데로
그렇게 살다 그냥 가자..
※쿠에토 : 어느 날 불현듯 생각난, 내 스스로를 부를 때 쓰는 말. 또 다른 나.
3. 뱃사공의 노래
17년 6월 22일
말동무가 되어준 길손을
갈대숲 언저리에 배웅하고,
뿌연 연무가 달빛을 삼키기 전에
어여 집으로 돌아가자.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대가 바닥을 지치지 못하는
깊은 물길에 이르면,
멀리서 솔숲을 스치며
바람에 실려오는 여울물 소리.
어기여차~
어기여차~
난 조그만 나무배에 머무는 나그네.
물살에 몸을 가누는 자유로운 영혼.
4. 설산을 거닐며
13년 1월 11일
머리속 온갖 념(念)의 탐욕들을
아직 대지로 녹아들지 못한
눈가루에 짓이기며,
아득한 설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여가 어디매뇨..
이윽고,
커다란 고목나무 아래 다다를 즈음
갈지(之) 자로 휘~이~ 돌아들며
긴 한숨을 몰아 쉰다.
뉘라서 그예 다녀갔는가..
5. 나를 사랑하는 방법
14년 6월 29일
잃어 버린 것들에
가슴 아파야 한다.
사라진 일상들에
허무함을 느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들에
슬퍼 해야 한다.
아프다는 것은
아물고 있다는 것이고,
허무함은
곧 채울 그 무엇인가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며,
아직도 슬피 흘릴 눈물이 있다는 것은
이제는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아프면 아픈데로..
슬프면 슬픈데로..
그냥 놓아 두자.
아파도 아프다 말 못하고,
슬퍼도 눈물 흘리지 못하면,
이 치열한 세상속에 놓여져 힘겨워 하는 내게
너무 가혹하지 않겠는가?
이 름 : 이 상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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