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씌어진 시 외 4편 (수정)

by 안톤 posted Jun 0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쉽게 씌어진 시



 

벽장 시계추 마냥 휘청거리는 심장

ABBAWestlife노래를 들으며 존재하는 일을 잠시 유기한다

더 이상 잠들 새벽은 없다.

허공 위 누워 지나간 일과 지나간 것 같은 일

….

가령, 일찍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충분히 행복하고 슬펐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

를 곱씹어 볼 뿐이다

나는 어느새 비릿하고 칙칙한 냄새를 마시며 서있다

철로없이 달려나가는 저 기차들은 어디로 가나

차라리 그들의 땔감이 되어버릴까

축축히 어깨가 젖어든다 우산없이 도망가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 내 얼굴이 생각난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그래도 시는 이리 쉽게

쓰고 싶은 게 나만의 욕망은 아닐 거라.

 

가엾은 밤은 가라, 이 시가 끝나든 말든 간에

어찌 보면 세상은 항상 그래왔던 거다.

기차는 항상 달려나가는 거고.

늘 시계추는 휘청거렸고

늘 그는 시를 썼다

그리고

늘 나도 무언가를 바라고 있었다.

이 장난 같은 시도 언젠간 분명 끝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리고....


의자 걷어차기

그는 혐오자였다. 나를 혐오한 사람
우리는 서로를 죽이려 했다.
교실은 항상 섭씨 0도
무관심한 친구 아니 사람
한 반이라고 친구인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은 어른을 놀라게 하고
그들은 우리를 오해한다.
10대 그가 건넨 악수는
비키지 않으면 너를 때리겠다.
라는 말
문맥을 상관하지 않고
덤벼드는 그 아이
그러나 나는 너무 약하다
우린 교실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한다.
니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다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는
어른의 논리
미성숙한 어린이는 논리는 어른의 것을 쓰고
머리로는 아이를 죽이고 싶다
절벽으로 밀침을 당하는
자존감이 없음은 죽음과 맞먹는 나이

우리는 졸업을 했다.
모든 판도라의 뚜껑을 열고
시원하게 지내고 싶어
그리고 나선 다시 무관심하게 지내자
이제 성숙한 사고로 마음속에서 그를 죽이고
살려내고 다시화해한다
용서가 없는 화해
나중에 만나면 나는
너를 잊은 지 오래라고 답할 것이다
다시 서로 나타나지 말도록
약속 받고
곧장 각자 집으로 가자
그리고 영원히 타자로 살아가기
그 기억은 내장째로 박제된 거라서


계급적인 너무나 계급적인                               


비상식적인 행동을 해도

상식적인 사람은

나잇값을 하느라

그를 바라보지 않는다

우리는 비행기에 앉아

아무런 의미없이

날아다니고

서류에 눈을 맞추니

이것이 모두

비싼 영화 덕택이다

어느새 보통아닌 일들이

모두 보통이 되어버린다


그래 탈출하자.

아버지의 그늘과

골목이 움켜줜 쭈구린 아이들에게서

비싼 양복을 맞춰입고 몇백만원 위스키를

마시는 아이들에게로

온갖 여행들은 영화를 표방하고

영화는 젊은 집주인들이 나오고

그러나 우리는 다시

빈털터리로 고층빌딩 어르신에게 돈을 바친다

아무날이라도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갖자

는 말은 이미 지나간 세월에 있고

지금 타고 있는 이 비행기는 탈출이 불가능하니


파렴치한 날들이여, 다시 안녕

재롱부리는 아기의 웃음살이

좋은 것은

아직 비상식적이라는 것

       아무도 닮지 않았다는 것


계급적인 너무나 계급적인


Libertatem Colliquō Nocte (자유는 밤을 녹인다)

자유의 감시는 있어도
감시의 자유는 없다.

Tera 에 대한 테러.
옆 방의 여성을 창문으로 지켜보는 남
그녀의 모든 행동을 압수수색하는 남
서른 두 살의 남
은 블라인드 치는 것을 좋아한다.
한 겹의 은밀한 틈 사이로
일기를 써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은 즐겁고 아름답다
시릿한 겨울 향기를 몸에 싸매고들어가
건넛집 사람의 동의를 얻어
베란다를 냉큼 보기시작한다.
낮에는 밤을
밤에는 낮을 기다리며
사랑은 즐겁고 아름답다 



고담과 이브


얼굴없는 사람들, 사람들
중에서도 얼굴검은 사람과 입만 검은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허공을 하얀 손가락들이 휘적휘적
나의 가지들은 어느새 다 없어지고
몸뚱아리까지 잘려 서울로 간다

한밤중

먹먹한
그리움 

비싼 공기를 머금은 피투성이 몸통들
중에서도 가장 순박한 몸통과 가장 큼지막한 몸통이
눈을 마주쳤다
살벌히 쓰러지고 밀치는 평화시대

봄은 오다 가버려라 아무것도 몰라라
제발 아무도 오지 말아라
서울 한복판에 쌓여간다

언제쯤 기둥이 될 것들
이고 되어 갈 것이고
되었다
검은 양복을 칭칭 싸입고 퇴직금봉투 들고 새벽 산골로 가고 있다

하얀 옷에 하얀 얼굴
야윈 모습으로
흑백의 재회





anton300@naver.com




















Articles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