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4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 <공중전화기 앞에 서면> 외 4편

by 신통한다이어리 posted Jul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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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화기 앞에 서면


공중전화기 앞

망설이는 사람들

어디에 어디에

전화를 거는 건지

나도 따라

한번쯤 걸어보는 건

그래도 누군가

있을지 모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연인들

팔짱 끼고 걷는

거리에 서면

하늘이 뿌옇게 흐리다


사람들 줄지어

드디어 차례가 오면

목적없는 전화 긴 시간의 통화

기다림의 시간 아까워

나도 따라

다이얼을 돌린다


공중전화기 앞에 서면

괜시리 망설여지는 건

그래도

누군가 있을지 모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이 "허상"에 기대고 있다


그리움이란 단어를 노트 속에 동그란 종이로 접어, 그림이라는 걸 그려본다 새벽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우리에게선 떨어나가지 않은 천국의 시체들이 여명(黎明) 속에 하나둘 살아나고 난, 이 어둠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움이 허상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움츠린 어깨, 더욱 더 움츠리고 "너"라는 좁디좁은 동굴 속으로 빨려드는 그곳은 텅빈 가슴, 아무도 없다 젖무덤의 향내 나는 입술 사이 한숨이 새어나오고, 그·립·다


다이아 색채나는 반짓가락 만지작거리면 허영에 들뜬 마음이 움직인다, 바람이 지나친 바람에 쓰러진 나무들, 묘탑(廟塔)에 부은 시선들, 너마다 등을 돌려, 야윈 풀들은 꿋꿋하다 그리움은 없·다


좁은 어둠 사이로 허상이 그리움을 잡아끌고, 살아있는 시체가 묻히고, 몰아치는 폭우가 무덤을 짓밟고 난, 그리움이란 단어 속에 들어가 "허상"에 기·대·고·있·다




열대어네 집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손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치어(稚魚)들의 몸부림.


먹이인지 적인지

내 살 쪼아대는 그네들의 놀이,

엉겁결에 새 살이 돋았다 사라진다.


시간따라 출렁이는 물결의 삶, 삶들.

약한 고기는 죽어서 힘센 이들의 밥이 되고

힘센 이들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몸부림 사라진 그들의 오만한 몸짓.


그러나 오늘도

내가 그들 곁으로 가면 밥 달라고 아우성

닿을세라 부리나케 튕기는 성어(成魚)들의 안간힘.





마음이 가는 곳에


마음 먹은 대로 가다 보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흘러가는대로

따라서 가다보면 가다보면

무엇이 무엇인지

머지 않아 알게 되겠지


구름은 아니더라

세월도 아니더라

나를 일깨우는 건

무엇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더라


진심으로 진심으로

진실한 마음 하나 안고

그저 가다가 보면은

무엇이 무엇인지

저절로 알게 되더라


혼자서는 절대로 못해도

서로 도와 가다보면

저절로 알 수 있겠지

모두가 사랑인 날이

언젠가는 오게 되겠지


무엇이 무엇인지

하나도 몰라도

마음 가는 대로 흘러흘러


가다보면 가다보면 가다보면





나는 자꾸만 굵어지는 빗방울에 대해서 썼다


해가 지도록

낭송할 詩를 찾지 못해

새벽을 찾아 나는 헤맨다


모모 박사가

나는 詩가 아니므로

<별 세 개가 보였고

창문 밖으론

까치들이 떼지어 날았다>

같은 詩를 써보라고

고개 끄덕이며 눈인사를 했다

새벽을 찾아 갔지만

<별 세 개는 보이지 않았고

창문 밖으론

까치들도 떼지어 날지 않았다>


해가 뜨기 전에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쓰는 詩는

지나치게 감상적이 될 거라며

눈웃음 가득 머금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모모박사가 말했다, 나는


자꾸만 굵어지는 빗방울에 대해서 썼다


그러자 자꾸

눈물이 내리기 시작했고

나의 쏟아지는 눈물을 바라보는

이맛살 찌푸린 모모박사의 얼굴에서


밤하늘에 없었던 <세 개의 별>과

그 위를 <떼지어 날아가는 까치들>이


자꾸만 굵어지는 빗방울 속에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신통한 다이어리 블로그 : http://blog.yes24.com/helpmeoo) (E-mail : helpme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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