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1
오늘부터
나의 이름을
비워두기로 합니다
이 여백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바다
몸을 맡겨본다.
어떠한 상처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파도,
어떠한 상처도
남아있지 않을 것 같은 바람.
그러나 오늘부터
나의 이름은 비워집니다
언제나 오늘부터
동행·2
- 술취한 자가 술에 취한 것도 모르고
술에 취해 웃고 있다
난 술취한 자가 왜 웃고 있는지도 모르고
술취한 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술취한 자는
그래도 웃고 있다
나는 숨을 멈추었다
오늘만이라도
살아내어 보자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를
찬란한 하늘의 꿈,
화사하게 시들고
바람마처 세찬
터엉 빈 바다로 달려
사람들의 숨소리 느껴지는
생채기라도 내어
하루를 지키어내는
저 고운 하늘 저 고운 바다 저 고운
바람이 불러내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살아내어 보자
어쩌면
여엉영 끝나지 않을지 모를.
(사람들은
새벽빛 불어오는 오늘을
내맘대로 걷고 있다)
동행·3
- 바람이 불러내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오늘은
새의 날개를 접어
흰 빛 날리는
너무너무 화창한
꿈이었다
햇살 달려
너의 곁에 가 닿으면
오후의 나른한 한숨 쉬어본다.
날개짓은 멈추지 않고
오늘은
흰 살촉 날리는
너무너무 화려한
꿈이었다
동행·4
- 떠나지 않는 것들은
내일에 있다
오늘이있었더라면
나는 숨을 쉬고 싶어
안달한 사내애 하나
문득
내일로 달려간다
열려진 창문 네모난 바람이
마치
꿈인 듯 싸늘하다 어제와
함께 있는 여름은
반가운 소식이라도 검은
구름 드리우고
바람은
안달한 사내애 하나 데불고
내일이란 종착역에 도착해 있다
동행·5
- 오늘만이라도
살아내어 보자
술취한 자의 숨소리
가슴 가득 고여오면
무엇이 그리도 괴로운지
꺽꺽대며 시대를 토해내듯
쏟아내는 오물덩이들
말을 잃은 "나"란 놈이
허우적대고
보이지 않는
오만한 자의 주먹
우우욱- 술취한 자가
벌러덩 누워 잠을 잔다
오늘을 살아내었다는 안도감에
새근새근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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