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아(風我)
저 나뭇잎 스쳐 나는 소리
잎새의 소리이나 바람의 소리이고
시작 한 곳 없이 왔다 가는 바람은
분명 목적 또한 없으리라
그리 원 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바람은
높이 선 벽은 넘고 찰나에 피어난 장미는
스칠 뿐이니 무엇인들 부딪힐까.
로화(露花)
가득한 그대 향기
잡을 수는 없지만 이내 내 몸을 감싸고
가득한 그대 미소
흐릿하지만 강한 떨림으로 내 마음에 울리네
항상 그대 내 앞에 달 처럼 나타나 나를 비추나
이렇듯 또 다시 내가 그대를 그리는 것은
당장에 보이지 않는 당신 빛이 그리워 임을,
눈 녹듯 사라지는 당신과의 시간을 쥐어보려 함을,
또한 당신의 눈 속에서만이 나 웃을 수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까닭이오.
나 이렇듯 그대라는 꽃에 맺혀 있는 작은 이슬이지만
떨림 없이 그대를 기다릴 수 있는 까닭은
나 흘러 다시 그대 곁에 맺혀 왔음을
나 흘러 다시 그대 곁에 맺힐 것 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까닭이오.
밤
알 수 없는 저림 하지만 생소 하지는 않구나
아름다운 선율과 가슴을 후비는 가사들,
뜻을 함께 할 친구와 사랑 하는 여인이 있음에도
문득 문득 날 찾아오는 이 싫지만은 않은 저림은
나 말고 또 누군가의 밤을 지나쳐 왔을까
이 녀석이 내 가슴을 꽉 쥐고 있노라면
선율은 더 아름다워지고 가사는 온몸을 간지럽히며,
뜻을 함께 할 친구와 사랑하는 여인은 더욱 소중해지니
이들은 나의 마음 속 공허함과 이 밤을 가득이 채워 주는구나
그리 아침이 오니 홀연히 가슴을 놓고 떠나는 이 저림은
나 말고 또 누군가의 밤을 찾아가는 걸까
왕가(王歌)
이렇게 보고 있으니 좋구나
너는 어찌 푸른 숲 푸른 깃 어린 새 처럼 날아와
붉은 노을 바알간 낙옆이 되어 내 마음에 내려 앉느냐
이리 보고 있으니 두렵구나
혹여나 어린 새 내 거친 손길에 놀라 떠날까 두렵고
혹여나 여린 낙옆 내 거친 발길에 놀라 다칠까 두렵구나
칠흑같이 어두운 밤 홀로 떠 있는 저 달은 저토록 외로울진데
너와 함께 한 한잔 술 위 떠 있는 이 달은 이토록이나 아름다우니
아 아 이리 보고 있으니 좋구나
이 밤 모든 걸 내려 놓고 포근한 너의 품에 안겨 누워
그 작고 고운 손길에 맘 껏 취하고 싶구나
사라지
처음 만난 당신은
둘 째 만난 날 사라지었고
둘 째 만난 당신도
셋 째 만난 날 사라지었으며
지금 내 옆에 있는 당신도 곧 사라질 것을 아오
그러니 슬프지 않으오
또한 이리 가슴이 에인 것은
당신이 사라지어 아우른 것이 아니라
당신 사라짐에,
'당신의 나' 가 사라짐이 슬퍼 아우른 것이니
당신 속 쓸 필요는 없소외다.
이리 온 적 없는 것들이 떠나감에
어리석은 슬픔이 짙게 서린 밤
마루 뜰 정자에 풀 숲 속 귀뚜래미 울음소리
이리도 찾아 오는데
이 귀뚜래미 소리 내 문 열어도 한 발짝 들어오지 않는 것은
아무래도 벌써 사라진 당신 보러 왔다 간 모양이오.
성명: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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