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_작은 선생님 외4편

by 캥거루 posted Sep 0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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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생님

 

 

양분을 주지 않음에도

남몰래 피었구나.

 

결심해서 피었고,

역시 아니라며 꽃잎 흘렸고,

다시 마음먹고 내밀었지.

 

피고 질 때마다 어때.

돌봄 없이도 예쁘게 자랐잖아.

 

솔직히 힘들진 않았니.

 

시선이 없을 땐 시들고,

발길 없을 때 떨어지고.

 

너도 관심받고 싶을 텐데,

너도 사진 찍고 싶었을 텐데.

 

괴로워도 터를 괴로워는 말아.

 

어렸던 나는 알 수 있었어.

계절과 향기, 나비와 벌.

 

그러니 내년에도, 앞으로도.

너를 위해 그 길을 지날 게.


__________

 

여행이라도 다녀와

 

 

하늘이 호숫가에 비치고,

구름은 물 위를 떠다니네.

 

맑고 하얀 구름처럼

깨끗했던 오리 배.

 

너는 왜 가만히 있어.

 

물이 바람 따라 움직이고,

물고기가 물결을 만드는데.

너는 무얼 기다리니.

 

꽉꽉 소리치던 아이들.

발버둥 쳤던 부모님.

 

그들은 오지 않을 거야.

 

자극적인 것에 웃고,

힘들지 않은 것에 편하대.

 

무리 지어 가족을 꾸리고,

구름 따라 여행이라도 가렴.

 

바다로 나가는 거야,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__________


편히 쉬세요

 

 

매일을 서서 힘들었죠.

누어있으니 편하신가요.

 

남에게 제공만 했지요.

 

깨끗하게 숨 쉴 수 있게,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두 팔 벌릴 때

잠자코 안겨줬는데,

이젠 뉘었네요.

 

내가 자랄 때마다

흠집 내서 미안했어요.

 

당신께 인생과 삶을 배웠지만,

나 때매 베어져 숨죽인 당신.

 

덕분에 부모가 되기로 했어요.

 

받은 만큼 주고 싶어요,

제 자식도 느꼈으면 해요.

 

사랑 받을 때의 행복,

당신의 유일한 선물을.


__________

 

다리는 말이 없었다

 

 

거칠고 딱딱하다 하지 마라.

견고하며 우직한 것이니.

 

아빠로 사는 게 그렇다.

 

굽신거리며 버티는 삶.

한 달간 벌어온 삯.

오늘도 땀 흘리는 .

 

가부장적인 모습만 기억했지,

힘들고 지쳐할 땐 몰랐다.

 

계절이 변덕을 부려도

그는 항상 아버지셨다.

 

맑은 날씨에 나가자며 떼썼지.

고집부려 얻은 그의 어깨.

 

그는 짊어졌다, 가족의 행복을.

 

다리를 건너며 느낀다.

네 몸이 나를 편하게 하는구나.

 

그랬다, 내가 편안한 만큼

그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__________

 

자연스레 잊었다

 

 

등에 붙은 옷 때문에

불평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곁눈질로 보인 강아지풀.

바람 부는 쪽으로 갸우뚱,

살랑이며 옅은 바람에 춤을 춘다.

 

자연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서로 협력하며 이해하니까.

 

그들은 자연풍을 즐겼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였으나,

부족함을 참지 못하는 건가.

서늘함은 글자로만 존재하련가.

 

차가운 기계를 바라며

따뜻한 인간미를 바라던 나.

 

기계에서 떨어져 볼까.

만물의 선물에 만족해볼까.

그것이 화답이 될 수 있을까.

 

찬찬히 바람을 맞아보자.

머릿결이 살랑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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