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숨비소리외 4편

by 시공간 posted Sep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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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거친 보금자리 떠나던 날

광활한 바다와 가없는 하늘

홀로 맞설 가늠할 수 없는 세계


함께 나눈 포근했던 품과

따스한 보살핌을 뒤로 하고

이제는 홀로서기 해야 될 시간


자신의 이기적 삶을 위해

약한 자의 삶을 훔쳐야 한다

단지 생존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바람을 타는 서툰 날갯짓

바다 살피며 하늘 배회한다

어느새 나는 한 마리 새가 된다



바람


잊지 않게 하소서

모두가 바람인 것을


오랜 꿈도 사랑도

낡은 좌절과 고통도


머물 수 없는 바람

스쳐가는 바람인 것을.



순례길


탄생은 축복이요 거룩한 새 출발이라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들의 순례길이라



운명이 가르키는 시간의 이정표 따라

생명의 불씨로 앞길을 비추며 나아가면


길손들 머물 수 있는 쉼터가 있을지니

가진 짐 내려놓고 그대를 반기는 신에게


그대 받았던 불씨를 소중히 건네주라

이것은 신이 계획한 모든 생의 사명이라


신이 허락한 바람이요 햇살인 그대는

이내 흩어져 신의 뜻을 새롭게 이루리라



노을


이 땅에 홀로 왔기에 외로웠더라

허허로운 가슴으로 그대를 만났네


태생적 이별을 품은 만남이더라

서로의 가슴에 서로를 채웠던 날들


그는 세상을 깨우는 일출이었고

세상을 지키던 눈부신 태양이었다


어느덧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자

가슴 비우는 이별을 맞이해야 했다


떠나자 채워지는 아득한 그리움

빈 가슴 발갛게 물들인 노을이던가?



숨비소리


팍팍한 이 땅의 삶을 피해 찾아온 바닷가

파도가 적당한 아침이면 테왁에 빗창 들고


차디찬 숨을 가슴 깊숙이 들이킨 그녀는

낯설고 두려운 세상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빗창으로 정적을 깨뜨리며 삶을 캐지만

이내 가슴을 짓누르는 세상 단절된 고요함


찾을 듯 말 듯 몸에 젖었던 욕심과 미련에

서서히 조여오는 삶의 간절함 마저 잊은 듯


찰나의 순간, 탄생의 첫울음 그 소리처럼

이 땅을 다시 찾은 그녀의 가쁜 숨비소리가!



엄두현//010-3585-8962//umdoohyun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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