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차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우리에게 사랑은 외 4편

by 허생원 posted Oct 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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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사랑은

   

우리에게 사랑은

영겁(永劫)으로 마닐라삼을 꼬아 만든

동아줄을 타고 오는 것만은

아닐런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사랑은

산들거리는 봄바람에 실려 온 민들레홀씨처럼

가슴에 내려앉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랑이 떠나가도

눈물 흘리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바람이 남기고 간 것


하얀

눈이 내리고

유리창너머 바람이 서성이면

쓸쓸함

소리 없이 다가와

그 사람

생각이 난다.

 

그 겨울

차가운 바람처럼

매정하게 떠나가면서

쓸쓸한 블랙코트 뒤로

슬픔을 숨겼지만

바람에 들썩이는

좁은 어깨위로

그대의 눈물 보았네.

 

세월이 낙엽을 삭히고

계절은 한없이 바뀌어 갔지만

내 마음속 그대는

그 겨울 그 모습

 

! 정녕

바람은 스쳐갔지만

상처는 남기지 않았네.

 



                                          난초

  

연두빛 난이 아름다운 것은

가냘픈 몸매로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서일지 모릅니다.

 

연두빛 난이 고고한 것은

하이얀 돌틈에서 이슬만 마셔서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작은 바람에 일렁일까,

따스한 봄볕에도 시들어 버릴세라

근심걱정을 놓을 수 없기에 사랑스럽습니다.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여름이 갔음이라

뙤약볕 아래 땀 흘리던 푸르름이

노오랗고 빠알간 결실을 맺었음이다.

 

가을이 오면 겨울이 다가옴이라

들녘에 넘실대는 선선한 풍요가

동짓달 찬바람 될 날이 멀지 않음이다.

 

오늘의 기쁨은 어제의 슬픔에서,

내일의 기쁨은 오늘의 슬픔에서 잉태된 것인지라

오늘의 슬픔에 눈물 보이지 아니하고

오늘의 기쁨에 흐트러지지 아니하면

가을이 와도 겨울이 두렵지 아니하리라.




 사랑

  

차가운 불빛 아래 당신은 눈이 부셨다.

청순한 눈동자는 순진한 영혼,

단정한 입꼬리는 굳건한 의지.

 

당신의 미소가 바람 되어 내 마음에 휘몰아칠 때

난 순간을 영원이라 믿기로 했다.

 

사랑은 그렇게 믿어주는 것,

찰나(刹那)가 영겁(永劫)을 뛰어넘는 것,

가슴에 피어오른 불꽃에 그렇게

자신을 태워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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