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회 창작콘테스트 시부문 응모 - 회사별곡 (別哭): 핏빛 도시 외 4편

by 세실리아 posted Oct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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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별곡 (別哭) 순서 -

1. 핏빛 도시

2. 자판소리 그득한 대낮에

3. 명철보신에게 썩소를

4. 나는 닭이다

5. 사표



1. 회사별곡 (別哭): 핏빛 도시


덜컹 취익---끽

지하철 문이 열린다.

그 사람.

조용히 자리에 앉는다. 나를 응시한 채로.

눈을 감아 외면해도 눈에 어른거리는 것이

내 뼈골까지 저리다.

오늘도 무사히.

내가 미워한 만큼

아니,

내가 그대를 사랑한 만큼

나를 피에 물들지 말게 하소서..



2. 회사별곡 (別哭): 자판소리 그득한 대낮에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그리고 나 그 바닥에 배를 대고 도망가는 글씨를 주워 담는다.

뭐하니라고 너는 묻는다.

난 내 흔적을 키우느라 글씨를 둥그렇게 말아서 멍든 나의 정신을 깨우치려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난 바닥에서 떨어지는 글씨를 온몸으로 막고.



3. 회사별곡 (別哭): 명철보신에게 썩소를


편한 길의 유혹을 물리쳐라.

결국 거기 또한 시끄러운 세상과 같다.



눈 감으면 보이지 않고, 말하지 않으면 본인은 손 털고 가뿐히 일어날 줄 아는가? 결국 드러난다. 

너의 본성, 너의 성품은 그렇게 수동적으로 숨는다고 끝나는 줄 아는가?


맞서라. 어서 네 머리를 내 놓아라. 내놓지 않으면 내가 가서 구어 삶아 먹으리..




4. 회사별곡 (別哭): 나는 닭이다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럭셔리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난 그렇게 건방지게 의자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본다.

날개가 있으면 날았을 저 드넓은 고향을

단지 머리 속으로만 상상하며

휘파람을 불어본다.

그래도 난

내 조상은 날았음직한 새의 형상을 하고

서슬 퍼런 고집을 가지고

언제갈지 모를 그곳을 향해 고개를 가로지을 수 있다.

아침마다 지붕 위에서 외친다.

선생님,

저도 이만큼 날았는데

왜 다른 사람은 새라고 부르지 않는거죠?

.

.

.

닭도 새입니다.




5. 회사별곡 (別哭): 사표

찐덕찐덕한 이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며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쉰다.

후덥지근한 이 공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지난 세월 여기저기서 욕 쳐먹으면서 덕지덕지 들러붙은 지방이

내 숨 한 번에 오르락 내리락한다.

이게 나다.

이게 지금의 나다.

피해서는 안 된다.

숨 한 번 들이마시고 맨 정신으로 지방을 태우고

숨 한 번 내쉬면서 나의 오만 추잡한 몰골을 다리미질로 곱게 편다.

씩씩하게 도리도리 세상을 둘러본다.

아.

드디어 해방이다!


작성자: 최정은

메일: sesilia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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