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창작콘테스트 시 부문 응모 - 공 외 4편

by 유정 posted Oct 1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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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


1.

2. 노을 지는 소래염전

3. 시계꽃

4. 소래포구의 저녁

5. 금낭화



 

                                                                            

월드컵 경기에 상암벌로 모여드는 사람들

길게 줄을 서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랑이

마사이족 출정식인양 얼굴엔 페이스페인팅


스탠드 가득 채우고 채운 사람들

하얀 옷에 붉은 옷 색깔로 편을 갈라

둥근 공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너도나도 질러대며 파도응원 부부젤라소리

붉은악마는 북소리에 맞추어

아두무*를 추며 모두의 혼을 뺀다


공속에 무엇이 들었기에

공을 따라 공을 쫒아 왜 뛰는지

공은 둥글둥글 둥근 공인데

공 따라 왜 웃고 왜 우는지


이리저리 구르던 공 골대로 데굴데굴

공을 보며 목청껏 소리친다

공이 굴러가는 곳에 무엇이 있나

공속엔 무엇이 있었지

공속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사이 그 속에 무얼 넣었지

둥근 공은 속이 빈 공인데

 

* 아두무:마사이족의 뜀뛰기춤


    

 

 

 노을 지는 소래염전                                     

 

갈대 우거진 갯고랑 따라 소래염전

물놀이 하며 가무락에 망둥어 잡고

갯가에서 방게에 농발이 잡으며 놀던 자리

빈터 되어 뒤죽박죽 곤죽 되었다


아파트 숲을 지나서 갯골에는 

 가마우지와 왜가리 깃털 고르며 분주하다

염 판에는 억새와 갈대가 판을 치고

오목눈이 떼지어날다 제짝 찾기 바쁘다


가수알바람*

갈대꽃은 석양에 더욱 붉어지고

삘기는 은빛서리로 달빛을 깔아놓는다


 염 판에서 쉼 없이 돌고 돌던 수차

지쳐 곤이 누워 잠을 자는데

잔세스칸스 풍차는 가수알바람에 돌아간다


노을빛 아래 땅거미 지는 하늘 

 일렬횡대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저희들 소리로 힘 돋우며

시월 보름달 속으로 잘도 날아간다


*가수알바람; 서쪽에서 부는 가을바람

 

 

 

 

시계꽃  

                                           

쳐다보지 않는 시계꽃이 피는지 난 모르지

내가바라보지 않는 시계꽃 어디로 가는지 넌 모르지

 

지난 봄날 화원에서 내게 온 날부터

시계꽃 널 기다리는 줄 너는 모르지

네가 피어 날 기다리는지 난 모른다


시침 닮은 너의 암술

벌 나비 되는 것도 난 모르지

가을바람에 흔들흔들

물드는 몸 넌 모르지


너의 그림자 슬금슬금

암술아래 둘러 핀 꽃잎에

해 기울어지는 시간

진짜 넌 모르지

 

똑딱똑딱 다가서는 된바람

노란 꽃잎 하나 둘 접는 이유

난 아직도 모르지

 

붉은 백향 주머니에 담긴 비밀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

 

 

 

 소래포구의 저녁    

                          

수인선 협괘열차 다니던 소래 철교아래

 머리에 수건 쓰고 호미 들고 

 근연조개 파래 따던 아낙들 어디 갔나


방게가 판을 치던 개펄에 밀물이 들어온다

칠월백중사리 만조

소래 시장바닥에 찰랑찰랑 거리고

줄지어 날아온 갈매기 물위에 떠있다


꽃게 아줌마 허리춤에 동여맨 전대

젖은 손만 빈 주머니에 드나들고

서해를 누비다 인천대교 지나서

배곳을 돌아 고층빌딩을 비집고 들어온

통통배 갑판 위 빈 그물만 가득하고

만선이던 부형호 바구니엔

꽃게 몇 마리가 전부다


잔잔한 물위로 노을 지는 갯가에

곤줄박이도 제 집을 찾는 소래포구


부형호 선장 눈엔

고층빌딩 그림자만 보인다

 

 

 

 금낭화             

                           

오월의 꽃 금낭화 꽃대에

조롱조롱 이슬이 맺혀

아침햇살은 수정처럼 빛난다

 

배고픈 세상 돈 벌러 간 남편 기다리며

호된 시집살이 매 맞아 죽었다던 며느리

양지바른 무덤 위 다시 피어난 꽃 금낭화

수정산야 작은 언덕 이슬마다 가득하다

 

밭도랑에서 아 낳고

이튿날 김을 매던 배래터 언년이네

밤새워 삵 바느질 하얀 무명저고리

깃 땀마다 붉게 피맺힌 갓난이네

배고프고 잠 못 자던 시집살이 함께

조롱조롱 피었다던 꽃

 

오월 박초풍*

내 마음 다독이는 꽃

꽃망울마다 개미도 불러 세워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

 

금낭화로 피고지고

먼 길 가신 그네들

이슬에 젖은 꽃 주머니에

가만히 손 넣어 보는 아침

 

* 박초풍; 음력 오월에 부는 바람

 

 

 

 

 이름:  송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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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10-5461-4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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