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5편

by 물병자리 posted Jan 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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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지혜

 

그 어떤 것보다 모질어 보이고

그 어떤 것보다 무서워 보이고

그 어떤 것보다 어려워 보이고

그 어떤 것보다 강인해 보이는

 

그는 아버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듬직하고

그 어떤 것보다 따뜻하고

그 어떤 것보다 다정하고

그 어떤 것보다 사랑하는

 

그도


아버지였습니다




내려 놓기


                김지혜


거센 파도를 눈앞에 마주했을 때

눈을 감고 두려움을 내려 놓아라

몸은 흠뻑 젖어 말려야 하겠지만

파도가 지나간 후엔

몸을 말려 줄 태양이 있질 않는가


발을 디딜 수 없는

절벽의 끝에 도달했을 때

눈을 감고 두려움을 내려 놓아라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뜬 그곳엔

절벽 끝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목표를 잃고 방황하게 되었을 때

눈을 감고 두려움을 내려 노아라

머리 속에 목표가 아른 거린다면

정말로 목표를 잃은 것이 아니질 않는가


두려움이 생기면 눈을 감아라

그리고 두려움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아라


지금까지 봤던 세상과는 다르질 않는가




        김지혜


텅 빈 도화지에

점 하나가 생겼다

점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도화지의 전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도화지가

바람에 날려

손에서 떠나버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다가

잡힌 듯 저 멀리 도망간다


다른 이는 그만 쫓으라 했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도화지는 멀리 날아가

이제 잡을 수 없다 했지만

아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겨우 잡은 도화지는

정말로 점이 사라져 버렸지만

조금의 틈도 없이

점의 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시간

  

                 김지혜


시침은 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로지 앞으로만

망설임없이 나아간다


시침을 반대로 돌리려고 하지마라

시침을 돌리려고 노력하려고도 마라

그저 흐르는 대로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둬라


시침을 반대로 돌리면

어차피 시간은 또다시 앞으로 흘러간다


시침을 반대로 돌리면

본래의 시간을 보기 힘들어진다


시침을 돌리려고 하지마라

시침을 돌리려고 노력하려고도 마라

그저 흐르는 대로

그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둬라


거울


                 김지혜


거울을 들여다 보아라

거울 속의 너는 울고 있느냐

그렇다면 손수건을 들어라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위로를 건네라

넌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울을 들여다 보아라

거울 속의 너는 웃고 있느냐

그렇다면 축배를 들어라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소리로 환호성을 질러라

그리고 거울을 보아라

더 웃음이 나질 않는가


거울을 들여다 보아라

거울 속의 그 사람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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