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무가 쓰러지지 않기를]
내가 의지한 나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테풍 속에서도 나를 지킨 나의 나무가
고작 바람에 흔들린다.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입김인지, 지나가는 바람이였는지
아무도 모를 바람 때문에
나의 나무가 흔들린다.
누구라도 좀 와서 나의 나무를 잡아주세요
나는 지금 같이 흔들리고 있어요
무엇인지 모를 저 바람 때문에
[그렇게 되버렸어]
엄마에게 잘하고 싶었는데 마음 같지 않게.
아빠한테 변해 버린 내가 너무 미안해.
입안을 맴돌다 결국 스스로 닫아버린 그 말들.
나이가 왠수인지 내가 별난건지
변한것이 있다면 가시 돋힌 나라서
내뱉는 모든 것이 엄마의 울음이 될 것 같아서
내뱉는 모든 것이 아빠의 걱정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맴도는 말들을 가둔다.
[가시나무]
내가 다가오지 말라 하는 이유는
너가 다칠까봐
너무나 날카로워 나조차도 찔리는 저 가시에
혹여 너가 찔리기라도 할까봐
그냥 좀 가버리면 좋을텐데
왜 자꾸 오는지
나도 싫은 나인데
너는 오면 다친단 말야.
홀로 서 있는 이 길이
뼈가 시리도록 외로워서
너가 알아챌까봐
그게 너무 부끄러워서
너가 더 이상 다가오지 않기를 기도한다.
나는 오늘도 가시를 돋친다.
[거울]
엄마의 맺힌 땀방울 속에
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빠의 소리 없는 눈물 속에
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비쳐진 내가 나에게 그런다.
오늘도 너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구나.
한번도 가만히 놔두지를 않는구나.
[가장 아름다운 손]
언니의 손은 언제나 울퉁불퉁했다.
그 손은 언제나 언니를 대신해서 말했다.
언니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