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케이크 위에 초> 외 4편

by 소나무한그루 posted Dec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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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위에 초 / 한솔


그제인지 어제인지 오늘 같고 내일도 될

날알 세는 고역들에 작은 선물을 한다


선물상자를 열면 그 안에는

녹지 않는 예쁜 눈 내린 폭신한 마을

그 위에 알록달록 초나무를 심고

불을 켜서 트리 장식을 하면

아무것도 아닌 오늘이

크리스마스 마냥 특별한 날이 된다


초가 축하한다고 열렬히 타준다

왜 축하받아야 하는지

곰곰이 행복 거리 하나 세어 찾아내면

그때서야 후- 보답을 분다


케이크 위에 초를 키면 나는 특별한 날에

행복한 사람이다





너무 힘든 그런 날 / 한솔


칼보다 퍼어렇게 날선 말로

난도질당한 가슴을 부여잡고

종일 헛걸음질 친 것 같은

기진맥진한 몸을 뉘고

오늘을 계속 이어가려는

야속한 방안 불빛과의 소통을 끊어버린다


깊어가는 밤,

칠흑 같은 음영이 점점 얼굴을 덮어 내리면

눈물이 어둠을 미끄럼틀 삼아 타고 내린다

마음의 물든 퍼어런 멍을 검은 밤으로 덧칠한다

묵묵한 베개 품 안에서 오늘을 위로받으며

내일을 마중 나간다



오이도 / 한솔


4호선 끝자락 집에서

4호선 중간자락 회사를 지나쳐

4호선 끝자락 오이도로


꾸깃꾸깃 구겨진 사람들이

목적지에 한 움큼씩 쏟아져 내린다

곧이어 내려야 한다고 채근하는

지하철 안내음에 속이 비틀려

그냥 내리지 않고 버티어

오이도로 가기로 한다


4호선 끝자락 집에서

4호선 중간자락 회사를 지나쳐

4호선 끝자락 오이도로


가야만 하는 목적지를 지나쳐

다른 목적지로 가는 게 이상한 걸까

나약함을 자존심으로 꾸역꾸역 삼켜 가며

회사로 가는 게 더 이상한 걸까

정해진 답은 없는데

왠지 모를 동떨어진 기분에 눈물이 흐른다



첫눈 / 한솔


지난번 첫눈이 내릴 때엔

소복소복 하모니 울려 퍼지는

새하얀 도화지 바닥에

한 방향으로 도란이 걷는

두 개의 발걸음을 그리고 싶었다


이번 첫눈이 올 땐

눈물로 얼린 꽃 흩나리는

하얗게 빛바란 마음으로 조심스레

다가오던 발걸음이 서성이며 기다리던 발자국과

가운데서 부둥키는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



흑심(黑心) / 한솔


처음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호기심이 관심이 되었고

관심이 호감이 되고

호감이 기대심이 되고

기대심이 흑심이 되어

내 맘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솔

010 - 2495 - 0867

texasd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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