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본능
공허한 새벽은 늘 두렵다
혼자 보내는 새벽이 무서워
나는 늘 사람을 찾고
애정을 갈구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새벽을 맞는다면
나는 공허함에 미친다
공허는 나를 무섭게 한다
나는 새벽이 되면
무언가를 찾아 헤메고
무언가를 봐야하고
무언가를 들어야하며
누군가를 만나야하고
누군가를 사랑해야한다
그래야 난 새벽에 죽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작은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작아지면 사랑하기 더 쉬울 거라는 당신의 말이
전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요새는 나 또한 우주를 부유하는 먼지가 되고 싶다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나간 것들
지나간 시간이 그리우면 어떻게 해야하죠, 선생님?
그 시간 속 사건들이, 사람들이, 사물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에 저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그냥 지나쳐야하나요? 아니면 억지로 끌고 와야하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하나요.
지나간 시간은 제게 망각을 알려주었지만
망각할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인데 어찌해야하나요.
이대로, 영영, 지나간 시간과 지나갈 시간의 사이에 갇혀 헤매야만 하나요.
시간은 미래로 가는데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발맞춰 걸을 수 없음을 느껴
현재에서 내가 도태되어감을 알아차렸을 때
그때의 그 상실감을 동반하는 쾌락을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나는 사실 벚꽃나무 아래서 죽고 싶었다
나는 사실 벚꽃나무 아래서 죽고 싶었다
내가 어떻게 죽든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
내 곁에는 벚꽃잎들이 휘날리고 있었으면
그리고 그 아래 내 죽음은 아름다웠으면ㅡ
하고 바란 적이 있다
내 삶이 아름답지 못 하니
죽음이라도 아름다워야겠다는
내 다짐이자
내 소망이었다
그렇게 죽지 못할 것이라면
나는 벚꽃나무 아래서 잠들고 싶었다
죽은 나를 그 아름다운 것 아래
묻어두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보러 올 때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나로 인해 눈물짓지 않게끔 웃게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