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6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죽은 줄 알았던 시계 그리고 질문> 외 4편

by 시시한인간 posted Dec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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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줄 알았던 시계 그리고 질문

 


멈출 줄을 모른다 멈출 수가 없다.

 

집 거실 한 면의 주인장이던

 

벽걸이 시계가 운명을 다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약이 없는 시계인데

 

멈출 수가 없다

 

넌 껍데기일 뿐이다.

 

진짜는 내 주변 모든 곳에

 

흩어져버렸고 웅장한 외형을 잠시

 

잃어버렸지만 분명히 살아있다.

  

나를 유혹 한다

 

아니 압박 한다

 

정확히는

 

내게 묻고 있다.

 

 

얼마나 지나갔지?

 

 

넌 지금 뭘 하고 있지?

 


깊은 잠에 겨우 깨어

 

두리번대는 사람을 대하 듯

 

날카로운 질문에 당황하니

 

아쉬움이 생겨 버렸다.

 

그 날카로운 질문에 답하려니

 

후회를 해버렸다.

 

뭐 별 수 없다. 다시 벽시계의

 

생명을 넣어 다시 죽을 때 까지

 

너의 정체를 내 눈으로

 

지켜보겠노라

 

너의 질문들에 답엔 답하지 않기로

 

대신 밥 한 끼 제대로 맛있게 먹으면

 

그걸로 나의 대답이 되기로

 

좋은 사람, 사랑하는 사람 옆에 서서

 

그걸로 나의 대답을 하기로

 

너를 간섭하고 괴롭히면서

 

그걸로 나의 대답을 하기로





내가 남들에게 누구든

당신에게는 처음부터

 

 

 

누군가는 내가 대단 할 수도

 

혹시 부러움 일수도

 

혹은 미움일 수도

 

 

누군가에게 나란 사람은

 

불편함 일 수도

 

가까움 일수도

 

미지근함 일 수도

 

 

감사하게도 내 친구의

 

위로가 되기도

 

 

스치는 어떤 이의

 

힘이 되기도

 

 

사랑하는 사람의

 

악몽이 되기도

 

 

그러나 내가 누군가에게

 

누군가의 무엇이 될 때

  

 

그 무엇이 되기 전에

 

이미 나는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였었고

 


어쩌면 그렇게 여러 모양이던

 

나는 당신께 있어서

 

 

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하나의 지고지순한

 

사랑일지도.




그 중에 제일은

가장 후회하고 있는 것

 

 

믿음 사랑 소망 중에

 

사랑이 제일 좋더라

 

나는 너를 믿는다면서

 

나의 소망을 언급하면서

 

어째서 나는

 

사랑한다 하지 못할까

 

어째서 너는

 

사랑한다 말하지 못할까

 

만남과 헤어짐

 

묵묵히 같이 걸어온

 

서로의 길 갑작스런 작별

 

홀로된 자의 고통

 

가슴 속 쌓여둔 선물을

 

이제는 건낼 수 없다는 것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사랑이 제일 좋더라

 

그런데 우리는 왜

 

후회 할 줄 알면서

 

사랑한다 하지 못할까




고장 난 브레이크 차를 타고 달리는 건

 

 

좋아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은

 

 

미쳐 브레이크를

 

만들지 못한

 

 

정지 불가한

 

고장이 나버린

 

자동차 같아서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건

 

 

바람을 즐기는 것

 

속도를 올리는 것

 

 

벽을 향해 달리는 것

 

만약 당신의 마음이

 

통제 무시로

 

과속을 한다 해도

 

겁먹지 마세요.

 

 

지금 사랑하는 중 입니다.



가로등 밑에 텅 빈 벤치는 나와 많이 닮아서

 

 

오늘 따라 풀려버린

 

두 팔과 다리 그리고

 

주저앉은 마음

 

 

어둑한 공원

 

집으로 가는 발걸음

 

날 잠시 멈추게 한

 

 

가로등 밑 아무도 없는

 

텅 빈 벤치 하나

 

 

물끄러미 바라보다

 

혼자서 중얼 이면서

 

 

날이 밝을 땐 넌

 

오랜 걸음으로 지친 이의

 

잠깐의 쉼이 되어 주는데

 

 

밤이 되니

 

옆에 가로등 따스한 정도의

 

그 정도 밝음으로

 

겨우 의지해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구나

 

 

아무 움직임도

 

아무 감정 하나 없는

 

너에게 이상하게도

 

위로를 건네고픈 건

 

 

어쩌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괜찮아 라는 말인 듯

 

 

 

 

 

 

 

허지호

jaybeeee12@naver.com

010-8832-9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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