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창작콘테스트 시 공모 - '잃는 연습' 외 4편 (강유주)

by 유자몽 posted Feb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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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는 연습


잃는 연습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연습

눈물은 옮는다고 했나

혹여 옮을까 눈물조차 넣어둔 채

그냥 이별도 아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멍하니 바라본 까만 하늘.

날씨는 좋아

구름 한 점 없어도

거울이 깨져도 얼굴은 비치듯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흘러가는 시계 초침을 보며

한낱 그리움,

한낱 기억을

더는 참아낼 수 없어

있는 대로 토해낸 다음

또다시 반복되는 잊는 연습

보고픔을 참는 연습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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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잠결에 들리는, 조심스럽게 문 닫히는 소리

머릿속에 그려보는 집을 나가는 아빠의 쓸쓸한 뒷모습


아빠의 그림자가 되어

그의 곁에서 발을 맞춰 걸으며

한숨 섞인 새벽의 하품과

아무에게도 말 못할 혼잣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밤인데도 선명한, 아빠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

아침보다 짙어진 그늘을 보며 생각해본 나태했던 나의 하루


아빠의 빛이 되어

그 무엇보다 밝게 빛나

그의 밤길을 환하게 비춰주고

아빠 얼굴의 그늘도 없애줄 수 있다면


아빠의 미래가 되어

걱정이 아닌 기대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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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


나름 잘해왔다 생각해온 여태

컴퓨터 자판처럼 두드리면 입력되었던,

내일만을 준비해온 하루가

회의를 품은 게으름에,

한 순간에 그저 그래져 뒷걸음질 쳐버리고.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던 품이

눈 앞에 있지만 찾을 수 없네.


손을 뻗어 잡으려고만 하던 그것이

실체를 잃고 사라지는 순간,

뛰던 내 두 다리는 힘이 풀려 주저앉고

내 두 눈은 초점을 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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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없는 하루


혹여라도 학교 가는 905번 버스를 놓칠까

나오기 전 집어 든 막대사탕 하나

늦잠의 대가는 4교시의 배고픔이요

막대사탕은 지난밤 숙제의 작은 너그러움이다


정신 옆에 두고 온 손목시계와

그로 인해 얻은 왼쪽 팔의 가벼움

그 무게감 또한 허전하지만

시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왠지 모를 자신감


시계 없이도 알아서 오는 버스와

시계 없이도 불안하지 않은 시험

다급해질수록

마음 한 켠에 퍼지는 여유로움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살아온 지난날이

한순간 허무해지는 시계 없는 하루이니

그 여유로움 속에서

유연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꿈만 같다


비록 내일은 다시 내 왼쪽 팔이 무겁겠지만

오늘을 잊지 않을 것이며,

오늘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게 된

그 우연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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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잠들기 전에



적막한 새벽, 불 꺼진 거실에 누워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그 고요한 마음에도 떨림이 있어

애써 잠재워보려 숨을 들이마셔본다.

들리는 것은 오직 내 숨소리뿐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미세한 떨림조차 요란해서

더 큰 숨을 들이마시며 떨림을 달래본다.


눈을 감지 않아도 충분히 검은 천장에

나는 내 고민을 하나 둘 그려보며

덧없는 것, 덧없는 것 하고 중얼거려본다.

그럼에도 남아있는 미세한 떨림에

나는 눈을 몇 번이고 감았다 뜨지만

달라질 것 없는 천장의 그림은 오히려 나를 내려다보듯이

점점 나를 조여오고

어느새 코 끝에 닿은 천장이 나의 눈을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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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주

010-6349-4164

dbwn1216@naver.com







Who's 유자몽

profile

안녕하세요.

저는 시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강유주입니다.

어릴 적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시로 표현해왔고,

그런 경험 속에서 제가 느꼈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 등의 감정을 기억하며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하기 위해 시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