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느릿느릿 오능겨
안 올리는 없구
저 뜰 가녘 묶어 놓은 개 한 번 봐
흙 헤치고 킁킁 대지
그 안에서 부윰한 기운이,
사람은 몰러, 원체 어두워서
올라오는 때
개는 맡능겨
즘생은 아능겨
그러구 말구
- 겨우내 바짝 마른 창호가
아조, 아조 그냥 눈꼽맹키로
젖어드능 겨
마을 어르신들은 아는디
60년을 살고, 10년을 견디고
또 10년을 버팅기다 보면
그 물큰한 순간을 깨닫능겨
- 저 뒷집 백씨 형님 말로는,
그 맘때면 마을 항꾼에 둘른
뒷 산, 깊은 기슭 구녕에
씨가 앉아 자란 꽃이
피난다능겨
물론 본 치는 없지
그 형님 말고는
- 백씨 형님 꼬맹이 때
샅 내놓고 사방 겅중겅중 거릴 때
산에 비얌 잡는다구
몰려다닐 때
해 저가는 뒷 무리에서
쪼매낳고 노오란 입싸구
세 마디 봤다는디
돌아오는 건너 능선엔 싸한 눈
아직이었다는디
봄2
아스팔트 포도에 물 고였다
요 몇 달 새 눈비 오신 적 없다
사방 말끔하고 바싹한데
1월이 가기는 한다
지난 주에는
표정 바뀐 바람을
만나기도 했다
주말, 연방
가다서다 가다서다
가는 고속도로 차량
꽁무니에 매달린
차고 시린 것이 있었다
기침이 멎었다
널어놓은 빨래 마르지 않았다
봄3(선운사에서)
선운사 해우소 아래로 볼 일 낙하하는 기색 상그럽다
요사채 절간 살림 둥그렇게 부풀었다
신새벽 공양 타종 소리,
능선 따라 멀리 갔다
주지 스님 굴리는 염주 땅그랗다
법복 등허리에 땀 맺혔다
정진 수행 연일(延日) 두 종아리 가벼웁다
군불 짓는 동자스님 그제부터 매캐했다
대웅전 큰 주인, 넓은 웃음 뿌리신다
대자대비한 동백이 채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