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나뭇잎 무성한, 햇살 좋은 그곳의 그대여
내 당신을 부러워 했었소
연모의 마음을 품었는지도 모르오
내 가지들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내 마음 후빌 때
멀리서 보이는 사그락 나뭇잎 소리
내 당신을 부러워 했었소
허나, 이제 나는
바람을 품고자 하여
그 마음 접을까 하오
밤이 되면 더욱 깊어지던
춥기만 한 그 계절
나 이제 버리려 하오
멀리서 밤하늘을 품은 나를 본다면
그대의 나뭇잎 흔들어 주시오
내 가지를 뻗어
그대 있는곳까지 품을 때까지
그대의 나뭇잎 흔들어 주시오
연
시간을 거슬러
시간이 계단이라면
그 계단 뛰쳐 올라가
곳곳의 너에게
사랑한다 말하리
시간의 문이 있다면
그 문들 하나하나 열면서
때때의 너에게
미안하다 말하리
사랑한다
미안하다
그 말을 그 시간에
하지 못해어
사랑한다
미안하다
목이매어
너를 찾아가 말하리
아버지
인생을 돌이켜 보니
내 수중에 든 돈이 한 푼 없더라
자식들 뒷 모습, 자는 모습
안쓰럽더라
내 새끼로 태어난 죄
그 죄 내가 다 짊어지고 가리라
어찌 이 못난 애비를 만나
별 같은 너의 눈에 은하수를 담지 못하고
흘리게 하는가
내 모습 바로 볼 수 없구나
아버지라 불러주는 그 작은 얼굴,
미소만은 끝까지 지켜주겠노라
다시 내 수중을 보니
그 미소 내게 아버지라 부른다.
미움
훌훌 털어버리면 먼지처럼 털릴 줄 알고
나중에 치워야지 했던
미움이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어쩌자고 그렇게 미워했을까
다시 안보는 얼굴이야
이제는 끝이지만
이 남은 미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움은 미움을 불러
배가 되고
커진 미움 추억을 불러
슬픔을 불러
내 마음 가장 깊은 곳
울음을 터트린다
어쩌자고 그렇게 미워했을까
그 미움 지울 수 없나
편치 않은 밤
미움에게 물어본다
그 미움 지울 수 없나
그대, 바람
그대가 분다
그대 머물고 간 자리에
허락도 없이 머문 내 마음 한켠에
그 자리에
바람이 분다
아닌 것을 알기에 보내야 했던
그 시절에
덮고 보면 없어지리라 믿던
그 자리에
바람이 분다
시린 그대 소리가
사방을 가득 채운다
차갑기만한 그 바람
가득 휘몰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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