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비례
수도 없이 많아서 항상 잘 오고 있나 확인을 했지
줄기는 커녕 점점 더 많아져
신기했지
작은 세발 자전거는 창고에 내버려 둔 채
네발 자전거에 그토록 아끼던 풍선을 묶었어
하지만 너무 많아 몇 개는 그대로 냅뒀지
가시에 찔리고 바람에 날리고
풍선의 개수는 날로 날로 줄어들었지
풍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졌어
그저 앞만 바라보고 갈 뿐이지
창고에 냅둔 세발 자전거는 모르는 사이 버려졌는데
그때 남은 풍선들은 땅바닥에 남아 뒹굴고 있네
차마 터뜨릴 수 없었던 풍선들은 깊숙히 보관했지
드디어 자동차를 마련했어
하지만 풍선은 없지
풍선을 달기엔 너무 크니깐.
모정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불행한 줄 알았다
알고 있어도 몰랐다
늘 우리 곁에 있음을
지나가는 말도 빠짐없이
기억해 마음을 적셨다
기쁜 일로만 받아 드렸다
좋은 것도 포기하고
우릴 먼저 생각해줬다
당연한 일로만 받아 드렸다
항상 미안하다고
자기 탓이라고 자책하였다
듣기 싫은 말로만 받아 드렸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지적하고 잔소리 하였다
빠져 나오고 싶은 이유로 받아 드렸다
그렇다, 나는 너무 철 없었다
나는, 나는, 후회 해 봤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너무나 상처를 줘 버렸지도 모르겠다
착시현상
언제부터 눈을 떴는지 모르겠는데
모든게 가벼웠달까
몽롱하고, 꽃밭이 펼쳐진
음악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본
예쁜 노란 꽃들 사이를 누비고 있는
좋다 이 기분이
향긋한 내음이 코 끝을 스칠 때마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예전에 보았던 파도는 무서웠었는데,
거세게 몰아치던 그 파도는
몸을 휘감았는데
이 꽃밭은 실로 편안하다
정말, 몸이 따뜻할 정도로
그래서 나는 아픔이 없는
아픈 상태가 좋나보다
추억이란 참 좋은 흔적
나른한 오후, 할 일 없고 따분한 오후
몇 십년을 살았는데도
깊숙한 곳은 모르는 우리 할머니의 집
늘 옷을 빼 입던 옷장 옆 작은 서랍장
문득 드는 호기심에 한 번 열어 봤더니
낡고 두꺼운 앨범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럽게 꺼내어 첫 장을 폈더니
종이로 된 옛날의 상장이 끼여져 있네
나의 고모, 할머니의 딸의 상장
내가 다닌 학교가 고모가 다녔던 학교
기분이 묘했던 순간이였다
내가 알던 상장의 색다른 모습에
낯설면서도 익숙한 할머니의 집에서
활짝 웃는 고모들과 우리 아빠
촌스러운 그때 그 시절의 핫패션
주름 하나 없이 아름다운 신부의 미소
열정 가득한 하루 하루가 담겨 있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도 예쁘게 안 나와도
그저 사진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
한장 한장이 주는 사진 속 설렘이
멀리 왔다면 멀리 온 세월 속에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빛내 왔네
버려진 꼭두각시
곁에 있어도 쓸쓸한 공허함은
기어코 기어코 눈물을 부른다
왜 그대는 나를 무시하나요
먼저 다가온 그대는 왜
어째서 날 밀어내나요
슬피 우는 새의 지저귐은
더이상의 체념도 없다는 것을
왜 당신은 모르나요
당신 곁에 서 있어도
나는 멀리 떨어져있네요
힘들면 옆에 기대도 될 것을
왜 다른 곳으로 기우나요
다른 사람의 사랑처럼
특별하진 않지만 아련한 설레임을
왜 우리는 그러지 못 하나요
이런 그대라도 왜 나는
그대를 놓지 못 하는 걸까요